애플 오리지널의 글로벌 프로젝트 ‘파친코’가 공개 이후 연일 화제의 중심에 있다. 고국을 떠나 낯선 땅에 뿌리 내린 한인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국내는 물론, 해외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한국, 일본, 캐나다 로케이션으로 담아낸 완벽한 영상미, 배우들의 열연도 눈길을 끌지만 ‘파친코’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진정성이다. 한국계 제작진은 오롯이 한국인만 이해한다는 ‘한’(恨)의 정서, 그리고 ‘가족’ 커뮤니티가 삶에 끼치는 영향력을 정확히 짚어냈다.
딸 선자(김민하)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 양진(정인지)이 어렵게 구해다 먹인 흰 쌀밥, 그리고 노년의 선자(윤여정)가 한국쌀로 지은 밥 앞에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일제 수탈의 역사와 우리 민족에게 ‘쌀’이 갖는 의미를 내포했다.
각본과 총괄제작을 맡은 수 휴는 이 에피소드에 대해 “딸을 위해 쌀을 사서 밥을 하는게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신성할 수 있다”며 “그래서 배경음악도 찬송가처럼 신성하게 느껴진다”라고 전했다.
‘파친코’는 1930년대와 1980년대를 오가며 선자를 주축으로 하지만, 그녀의 모든 순간에 가족이 함께한다. 1930년대 선자에게 엄마 양진이 있었다면, 1980년대 선자에게는 손자 솔로몬(진하)과 아들 모자수(박소희)가 있다. 매 선택의 순간, 선자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가족이다.
제작진은 ‘파친코’에서 가족이 남다를 수 밖에 없는 의미를 전했다. 수 휴는 인물들의 모든 선택이 “가족을 잃고 싶지 않고,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동 총괄제작을 맡은 테레사 강은 “수 휴 프로듀서와 초반 소설 ‘파친코’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 엄마를 위해서라도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고 했다”며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후세에 선조들에 대해 알리고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다고 본다”고 말했다.
에피소드 4 마지막 장면에서는 50여년 만에 다시 부산을 찾게 된 노년의 선자가 차가운 영도 바다에 발을 담그고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이 담겼다. 다시 고향에 돌아왔다는 안도와 기쁨이 느껴지는 동시에 울분과 서러움, ‘한’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한국인만 이해할 수 있다는 ‘한의 정서’를 담기 위해 제작진은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한에 대한 강연도 들었다”며 “한국계 미국인 사이에서도 굉장히 많이 논의되고, 트렌디한 주제”라고 전했다.
또 “한국인이라면 한이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한국인의 트라우마 때문이지 않을까. 한국에서 자라지 않았지만 이전 세대가 겪은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 정서를 공유하고 있고, 이 작품을 그들에게 받치는 일종의 헌사로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편 Apple TV+를 통해 4월 29일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의 에피소드를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