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영국의 록, 대중음악가 및 영국문화가 팝의 본고장인 미국에 '침공'해 인기를 얻은 현상을 두고 '브리티시 인베이전'이라 명칭한다. 1964년 미국에 착륙한 비틀즈는 '브리티시 인베이전'을 선도한 록밴드로 꼽힌다. '에드 설리번 쇼' 출연과 더불어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시작이 이뤄졌다.

60여 년의 시간이 흘러 '21세기 팝 아이콘' 방탄소년단이 본격적인 'K-팝 인베이전'을 감행하고 있다. 4월 8~9일, 15~1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최첨단 얼리전트 스타디움(6만5000석)을 전세계에서 몰려든 아미들로 가득 채운 가운데 'PTD On Stage In Las Vegas'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가스 브룩스, 건즈 앤 로지즈, 롤링스톤즈, 빌리 조엘, 메탈리카, 레드핫칠리페퍼스 등이 모두 하루 공연을 한 반면 방탄소년단은 4일을 내리 전석 매진 열풍을 일으켰고, 현지 언론들은 앞다퉈 "BTS가 라스베이거스를 점령했다"는 헤드라인을 뽑아냈다.

네바다주 사막에 만들어진 황금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사막의 기적' '씬 시티'로 불리곤 한다. 엔터테인먼트와 카지노, 호텔이 어우러져 매일 밤이 '불금'이다. 새 출발을 꿈꾸는 인종, 나이, 국적을 초월한 남녀들이 간편 결혼식을 올리러 몰려들기도 한다.  

그동안 미국 여러 곳에서 콘서트를 개최하고, 빌보드 차트 정상 석권, 빌보드·아메리칸뮤직어워드 수상 등 현지에서 두터운 팬덤과 영향력을 쌓아온 방탄소년단이지만 이번 라스베이거스 행보는 여러 모로 각별하다. 본격적인 포스트 팬데믹 활동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무대였을뿐만 아니라 지난 10년의 여정을 매듭짓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빅픽처의 일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9일 공연에서 방탄소년단의 무대 운용 능력은 절정기에 올랐음을 웅변했다. 흔들림 없는 가창, 고난도 스텝의 칼군무, 대규모 백댄서들과 연출한 스펙터클한 퍼포먼스는 라이브만의 묘미를 만끽하게 해줬다.

무엇보다 객석에 자리한 각양각색 아미들이 아미봉으로 연출하는 조명 물결과 합창 그리고 환호성은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매 순간 소통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차오른 갈증을 사막 위 오아시스처럼 시원하게 씻어내렸다. 

특히 4월 한달 동안 라스베이거스는 보랏빛 'BTS 시티'로 탈바꿈했다. 하이브의 '더시티' 프로젝트가 가동됐기 때문이다. 일종의 'BTS 테마파크'인 셈이다. 도심인 더 스트립의 양쪽에 즐비한 쇼핑몰과 호텔 외관에는 BTS 콘서트 대형 포스터와 전광판, 보랏빛 네온사인이 펼쳐졌다.  세계 3대 분수쇼인 벨리지오 호텔 분수쇼에서는 '다이너마이트'와 '버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20m의 물기둥이 솟구치며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외 사진전,  팝업스토어, 방탄소년단이 좋아하는 한식 메뉴를 현지 스타일로 재구성한 팝업 레스토랑 오픈 등 행사가 뜨거운 반향 속에 진행 중이다. 

하이브와 함께 '더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한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의 크리스 발디잔 부사장은 "그동안 숱한 슈퍼스타들이 공연을 해왔지만 방탄소년단 만큼은 아니었다. 아미의 파워와 영향력을 갖춘 팬덤은 본 적이 없다. 라스베이거스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어워드에 참석했으나 보수적인 벽에 가로막혀 수상 기회를 놓친 방탄소년단은 오는 5월 15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22 빌보드뮤직어워드' 6개 부문 7개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방탄소년단은 '그래미-시리즈 콘서트-빌보드 시상식'으로 이어지는 4월과 5월을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내고 있다. 불모의 땅에 황금제국을 건설한 라스베이거스처럼 거대 기획사와 주류 언론의 지원사격 없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성장해 현재의 성취를 일궈낸 이들의 꿈이 '기적과 환상의 도시'에서 잭팟을 터뜨릴지 궁금하다.

사진=빅히트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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