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에 이어서…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에게도 손편지를 써서 전달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는 “진정성을 담기 위해서 썼다기 보다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도 손으로 글을 쓰지 않으면 작업을 못 해요. 그렇기 때문에 손편지를 건네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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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언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말로, 글로 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가 나온 단계에서 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시점에서 알 수 있는 것(알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그런걸 편지에 담아서 배우들에게 전달했어요. 각각 캐릭터 배경에 대해서도 편지에 적어서 배우들께 드렸어요. 거기서 답장을 받는건 편지라는 형태가 아니라 연기로 받는 것이 답장이라고 생각해요. 편지로 제 생각을 전하고 연기로 받는 캐치볼인 셈이죠.  촬영이 끝난 뒤에 짧은 손글씨로 현장을 함께한 소감을 주셨던 배우도 있어요.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 배우에게 짧은 편지를 받았습니다”

배우들은 연기로 감독의 편지에 화답하는 것은 물론, 자칫 언어의 차이에서 올 수 있는 위화감을 없애는 데도 감독만큼이나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배두나는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친구와 한국어, 일어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친구와 일본어 대본과 한국어 대본을 꼼꼼히 대조하면서 봤더라고요. 그래서 배두나 배우 해석하기로 일본어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미묘한 부분의 뉘앙스들이 번역과정에서 사라져 있는 것들이 있었어요. 형사의 대사로 옮겨지면서 전형적인 형사의 말투로 바뀐 부분도 있고, 일본어에서 애매하고 미묘하게 표현된 뉘앙스들이 사라진 게 있어서 한번 더 점검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수진의 모든 대사들을 함께 점검하는 시간을 4시간 정도 가졌어요. 굉장히 공을 들여서 수정을 해나갔어요. 그 작업을 끝내고 나니 ‘이 대본이라면 정형화 된 형사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이렇게라면 연기를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확신을 가지고 돌아갔다고 했어요. 그래서 크랭크인 전에 귀중한 캐치볼을 할 수 있었어요”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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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인형’으로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배두나는 물론이고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등 배우들은 감독에게 좋은 기억을 남겼다. 고레에다 감독은 “아마도 스크린에서만 보는 형태였다면 캐스팅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라고 밝혔다.

“물론 송강호 배우님은 영화를 통해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했지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몇차례 만난 적이 있어요. 강동원 배우도 신주쿠에서 처음 인사를 나눈 뒤에 영화제에서 여러번 만났고요. 본인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느꼈던 인상들을 담아서 그 분들을 염두에 두고 플롯을 처음에 만들었죠. 그때 느꼈던 매력들이 이 인물에 처음부터 반영이 된 상태에서 인물을 만들어나갔다고 생각해요. 배우들이 정말 프로페셔널했어요”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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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감독과 첫 만남이자, 첫 상업영화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된 이지은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는 “정말 훌륭한 배우”라며 이지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제가 쓴 시나리오는 일반적인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전달되는 시나리오보다 정보가 부족했을 거예요. 저는 실제로 현장에 가서 배우들이 연기하는걸 보면서 시나리오를 수정해 나가고 답을 찾아가는 작업을 하거든요. 제가 현장에서 이야기를 하면 의도를 바로 캐치하고 정말 완벽한 연기를 바로 보여줬어요. 그런 경험이 몇번 있어요. 정말 감이 좋은 배우구나라는 인상을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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