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브로커’는 미혼모 소영(이지은)이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버리면서 시작된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들을 돈을 받고 파는 브로커 상현(송강호), 동수(강동원) 그리고 이들을 쫓는 수진(배두나)과 이형사(이주영) 등 각각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생명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까지 물음표를 끌고 간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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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문제가 비단 국내 한정은 아니지만, 베이비박스 등 사회적인 시스템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 터. 감독은 이에 2년간 직접 발로 뛰며 시나리오를 써내려 갔다. 그리고 취재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가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

“본격적으로 한국에 와서 이 영화에 대한 준비작업(취재)을 시작한건 2년 전이에요. 실제 베이비박스를 찾아서 취재를 하기도 했고, 보육원 출신 분들도 만났어요. 쉼터에서 생활하는 아이와 어머니, 보육원에서 아이를 입양한 양부모도 만났어요. 정말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취재했어요. 저에게 크게 다가온건 보육원 출신 분들의 이야기였어요”

어떤 특별한 말보다는 감독이 만나고 느낀 이들의 정서가 영화의 방향성을 움직인 셈이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자신이 전하고 싶었던 말을 영화에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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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들은 ‘내가 태어나길 잘한 것인가’, 생에 대한 확실을 가지지 못한 채 어른이 됐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게 누구의 책임인가 했을 때 어머니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들이 그렇게 느끼게끔 하는 것은 사회의 책임이고, 사회의 한 부분에 저 역시 포함이 되기 때문에 그 분에게 뭔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내가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어요..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하지 않는 직접적이지만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를 쓰게 됐어요”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등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하나로 꼽는다면 ‘가족’이다. 그 형태는 혈연으로서의 가족이라기 보다 다양한 형태의 대체가족으로 표현돼 왔다. 하지만 감독은 “저 스스로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 안에 복수의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을 맡잖아요. 인간의 요소들을 미묘한 한 공간안에서 그릴 수 있는 공동체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세월에 따라서 그 역할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시간에 따라서 역할이 바뀌는 것이 가족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 재미있는 점인 거 같아요.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기 보다는 결여된 부분이 생겼을 때 그 역할을 또 다른 누군가가 메꾸어 나가는 행위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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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족적인 공동체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나아가 “그 가족이라는 것이 결코 혈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비혼인 상태에서도 그 사람을 지탱하는 사회적인 공동체라는 것이 주변에 존재할 거예요”라고 전했다.

“저 역시 혈육의 가족도 있지만, 감독들이 함께 모여 만든 그룹이 있어요. 가족은 아니지만 공동체를 맺고 있죠. 이번 작품에도 그 공동체에서 참여해준 분들이 있어요. 저에게 있어서는 그런 공동체가 물에 가라앉지 않도록 해주는 튜브같은 존재예요. 그런 것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봐요”

③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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