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영의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로 만들어낸 작은 균열이 뮤지컬계를 뒤흔들어놓고 있다. 김호영의 글에 옥주현이 "주둥이와 손가락을 놀린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고소한다고 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고, 선후배 뮤지컬 배우들이 입장을 내놓거나 옥주현의 SNS를 언팔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커졌다.

사진=싱글리스트DB
사진=싱글리스트DB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옥주현 입장에서만 보면 근거없는 이야기에 대응했을 뿐인데 사건이 커졌고, 드러난 본인의 잘못은 없기 때문에 억울할 수도 있겠다. 특히 논란이 된 이지혜는 옥주현이 설립한 소속사 배우이자 사내 감사다. 하지만 '엘리자벳'이 초연이어도 오디션을 통해 '원조 엘리자벳' 김소현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면 조금 의아하기는 해도 터무니없는 정도는 아니라서 그럭저럭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논란이 커졌을까. 먼저 말을 꺼낸 것도 아니고 오히려 피해자 같았던 뮤지컬계 톱스타에게 동료 뮤지컬 배우나 팬들이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 여기에는 뮤지컬계의 기형적인 구조와 곪았던 부분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티켓파워가 중요하다. '엘리자벳'처럼 대극장에서 하는 공연 같은 경우 더욱 그렇다.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캐스팅에 따라 흥행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옥주현은 수년간 흥행불패 디바로 활약했다. 자연스럽게 영향력은 커졌을 것이고 직접적으로 말은 안해도 어느정도 옥주현을 중심으로 공연이 진행되는 분위기도 형성됐을 것이다. 

사진=EMK
사진=EMK

뮤지컬 티켓 가격은 갈수록 비싸져서 관객들의 진입장벽은 높아져만 가는데 제작사 입장에서는 주연배우들의 영향력이 커서 스타캐스팅에 공을 들이면서 몸값은 높아졌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옥주현의 영향력은 절대적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옥주현과 어울리는 캐스팅 혹은 그의 입김이 작용했겠다는 이야기가 근거 없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렇지만 워낙 보수적인 뮤지컬계의 특성상 누군가의 명확한 잘못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직접적인 잘못을 묻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대부분 우회적으로 표현할 뿐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조금 더 본질적인 부분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뮤지컬계 오랜 고질병인 스타 배우중심의 캐스팅, 투명하지 않은 오디션 과정, 새로운 배우의 발굴보다는 안전한 선택을 선호하는 제작사 등이 맞물리면서 뮤지컬 업계는 기형적으로 성장했다. 산업은 날이 갈수록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스타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날에는 객석에 관객이 적고 새로운 스타탄생은 어려워지고 있다. 

사진=김호영 인스타그램
사진=김호영 인스타그램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아도 계속 새로운 작품을 올리면서 손해를 메우는 구조에 제작사들도 어렵고, 스타 배우가 아니면 '투잡'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야하는 배우들의 이야기도 이제 낯설지 않다. 결국 라이선스 중심이 아니라 창작뮤지컬이 많이 만들어져야한다는 이야기는 최소 10년전에도 제기된 같은데 여전히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번 옥주현 사태는 단지 사이가 틀어진 두 배우의 감정싸움이 아니라 뮤지컬 업계 전반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관객들은 그동안 스타를 보고 작품을 선택한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고, 제작사도 언제까지 이러한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버틸 수 있을지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호영이 아니었다면 뮤지컬계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계속해서 공공연한 비밀 속에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 김호영이 쏘아올린 작은 공이 뮤지컬계의 긍정적 발전방향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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