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헤어질 결심’에는 유난히 눈을 통한 묘사가 많이 등장한다. 사망자의 눈은 물론, 관음적인 해준의 시선도 결국에는 눈을 통해 이루어졌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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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안개’라는 노래에서 시작됐고, 가사를 음미하면서 시야가 흐릿한 상황에서도 똑바로 눈을 뜨고 현실을 직시하려고 하는 그런 남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사건 현장에서 해준이 사망자를 보고 그 눈이 마지막으로 봤을 범인을 꼭 잡아드리겠다고 형사로서 직업적인 소신을 밝히잖아요. 그리고 서래가 남편의 시신을 사진이 아닌 직접 보겠다고 할때 해준이 자신과 같은 종족이라고 느끼기도 하고요. 서래는 정말 자기 감정을 회피하지 않는, 정말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는 그런 사람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죽은 사람의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보는 것, 이런것들을 많이 사용하려고 했어요. 문자 할 때도 내가 보는 것은 기계지만 그걸 통해서 그 너머의 상대방, 내가 좋아하는 저 여자를 보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찍었고, 다양한 시점을 굉장히 확장해보려고 하다보니 생선의 시선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두 인물간의 대화, 언어와 언어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감정을 적극 활용했다. 언어적, 정서적 연애에 집중한 결과물은 관객을 보다 내밀한 두 사람의 세계로 안내했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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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진위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장도 이해해야 하고, 손짓 발짓, 억양이나 이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하잖아요. 그래야 진짜 뜻을 파악하는 건데 이것이 지연 됐을 때, 통역앱이 내용은 정확히 전달하지만 너무 건조한 남자 목소리로 이야기하면 여기 담긴 뜻이 무엇인가, 방금전에 중국어로 말할 때의 표정과 손짓을 기억에서 끌어내서 합쳐야 하는 능동적인 과정, 거기서 오는 답답함을 관객이 다 느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준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형사와는 거리가 멀다. 잠깐이지만 해준의 사무실도 마찬가지. 박찬욱 감독이 애초에 마르틴 베크 시리즈 속 형사를 떠올리며 만든 인물인 이유도 있지만, ‘헤어질 결심’이라는 하나의 큰 그림의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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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목표하는건 잘 만들어서 살아남는 영화잖아요. 항상 성공하는건 아니지만. 10년, 50년, 100년 후에 볼 수 있는 영화. 동시에 지금이라도 외국에서도 볼 수 있는 영화. 어떤 시대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살아남는 보편성을 가진 영화를 목표로 하는데 있어서, 지역적인 사실성, 리얼리티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 영화가 사실주의에 반하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2020년대 한국의 관공서는 이렇게 생겨야 한다, 형사는 이렇게 입고 다닌다라는 리얼리티는 지역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보편성을 요소 중에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이 영화의 드라마와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는 정확히 시각적인 요소가 무엇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지 보기에 예쁜 사무실을 꾸미고 싶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이 드라마, 이 스토리에 어울리는 공간은 뭐고 옷은 무엇인가하는 고민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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