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로에서 가장 핫한 배우 중 한명이 아닐까. 홍나현은 지난 1년만 돌아봐도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비틀쥬스', '차미', 유진과 유진'까지 쉼없이 달려오고 있다. 장르도 다양하고 대극장, 소극장 가리지 않으며 출연하는 작품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사진=낭만바리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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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나현은 뮤지컬 '유진과 유진'에서 털털하고 구김 없는 큰 유진을 맡았다. 기존과 다른 느낌의 역할이지만 그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볼 수 있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홍나현은 공연이 2주 정도 진행된 뒤 싱글리스트와 만난 자리에서 "재미있고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면서 첫 인사를 건냈다.

그는 주변 반응에 대해서는 "팬분들은 큰 유진이 다양한 역할을 많이 하니까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한 작품에서 보여준 색다른 목소리나 행동들이 나와서 흥미롭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홍나현은 뮤지컬 '차미'와 '유진과 유진'을 함께 출연하고 있다. 한 작품을 하고 다음날에는 결이 다른 작품을 한다는 것이 버겁지는 않을까. 그는 "원래 재미있게 봤던 작품이라 사전 정보도 있어서 괜찮았다. 두 작품 모두 연습을 안정적으로 해 놓았기 때문에 여유롭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에서 홍나현이 연기한 큰 유진은 어린 시절 성폭행이라는 큰 사건을 마주하지만 작은 유진과 다르게 긍정적인 부모님의 반응을 통해 어려움을 빠르게 극복해낸다. 무거운 이야기지만 큰 유진 특유의 긍정 에너지 덕분에 극은 희망찬 미래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든다. 큰 유진의 모습은 홍나현의 실제 성격과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홍나현은 "중학교 때 반에서 TOP 3에 들만큼 활발한 아이였다. 큰 유진의 인싸력이 많이 닮아있다. 그리고 큰 유진을 하면서 내 안에 몰랐던 상처들을 발견했다. 모두가 갖고 있는 상처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상처를 풀어내는 과정이 비슷한 것 같다. 저도 한번 크게 무너지고 금방 털고 일어난다. 극복방식이 비슷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캐릭터 구축이 수월했다. 다만 2인극이 처음이다 보니까 상대방과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오히려 제 호흡대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 작품은 메세지가 뚜렷하고 직접적이다. 그래서 직접적인 힘과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하게 됐다"는 말로 이번 작품을 소개했다.

사진=낭만바리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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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나현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면 유독 초연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이번 작품도 지난해 처음 선보일만큼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면이 많지만 그러한 도전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배우일을 할 때는 도전적이다. 초연은 시간과 애정을 더 쏟아야하기 때문에 마음이 더 간다. 초연이 잘 올라간 작품은 뼈대가 남아있다. 제가 그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성폭행을 주제로 다룬다. 성폭행을 직접 당해본 것은 아닌만큼 주인공의 심정을 이해하기까지 많이 어렵기도 했을 것 같았다. 밝은 모습으로 거침없이 말을 이어나간 그였지만 이 지점에서는 깊은 고민 끝에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홍나현은 "예민하고 소중한 주제다보니까 다같이 보여서 얘기를 했다. 살아오면서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다. 경험에서 느꼈던 것을 떠올릴려고 했다. 대본과 책 안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잘 서술되어 있었다. 연습과정이 즐겁지는 않았다. 많이 힘들기도 했고 저를 많이 돌아봤던 것 같다"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함께 호흡하는 작은 유진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작은 유진마다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다르다. 리허설 때 여러 작은 유진이들과 런을 돌았는데 느낌이 다 달랐다. 작은 유진이에 따라서 큰 유진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유치원 때 강렬하게 남아 있는 기억을 중학교 때 만난 것이 큰 사건일 것이라고 생각해 그 부분에서 가장 신경을 썼다. 그 이후부터는 그날 받은 작은 유진의 호흡을 그저 따라갔다"고 말했다.

사진=낭만바리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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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원작을 바탕으로 하면서 '사이코 드라마' 형식으로 어른이 된 유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돌아보는 방법을 대본화했다. 홍나현은 "굳이 엄마를 흉내내기보다는 엄마의 상황이라면 무슨 느낌이었을지 고민했다. 서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느껴본 것만으로도 크게 와 닿을 것 같았다"면서 역할보다는 상황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에서 가장 신경을 쓰고 연기한 장면을 어디일까. 홍나현은 단연코 마지막 장면 '손 내밀어 Rep.'를 꼽았다. 그는 "너무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 너무 울어버리면 해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픈 채로 끝난다. 연습 때는 힘들었는데 공연에서는 작은 유진과 관객들에게 '이제 괜찮아. 가끔 괜찮지 않아도 또 괜찮아질거야'라는 말을 밖으로 전달한다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소설의 내용을 2명이서 소화하다보니 다역을 선보여야 했다. 이에 대해 홍나현은 "평소 다큐멘터리 보는 것을 좋아한다. 진짜 사람들이 나오는 것에 흥미가 많아서 그런 부분에서 캐치하려고 한다. 양아치 같은 친구를 연기할 때도 불량한 친구들을 보면서 도움을 받았고, 노부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말투 등을 많이 따라했다"고 전했다.

또한 넘버들에 대해서는 "안예은님이 작곡가인데 평소에도 좋아해서 영광이었다. 노래를 직접 들려줄 수 있어서 좋았다. 가사에 멜로디를 넣은 느낌이라 말하듯이 하는 가사들이 많았다. 노래보다는 말처럼 불렀던 것 같다"고 말했다.

②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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