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의 신선함으로만 따지면 역대급이 아닐까 싶다. 스포츠를 주제로 하는 작품은 많지만 직접 무대에서 펼치는 공연은 매우 색달랐다. 공연을 관람하기 전까지 어떻게 담아낼까 쉽사리 그려지지 않았다. 예측불가능한 뮤지컬과 스포츠의 조합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사진=아이엠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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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은 홀로 지내던 수현이 우연히 귀신들을 보게 되고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농구단에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016년 안산에서 초연한 뒤 2018년부터는 대학로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농구를 빼놓을 수 없는데 스포츠의 특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불확실성이다. '전설의 리틀 농구단'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모습이었다. 극 중에서 미들 슛이 여러 번 나오는데 아무리 연습을 한다고 해도 빗나갈 확률이 높다.

이날도 슛한 공이 반대 코트로 가는가하면 관객석으로 튈뻔한 아슬아슬한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그럼에도 다양한 상황을 애드리브로 자연스럽게 넘기면서 볼거리를 만들었다.

사진=아이엠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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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농구가 주는 에너지가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체스트 패스, 레이업 슛, 양손 드리블, 사이드스텝과 같은 기본적인 동작들이 많이 나왔는데 음악과 어우러지며 시너지가 났다. 배우들은 쉴새없이 코트를 누비며 활기를 불어넣었고 빠른 템포의 음악이 힘을 더하며 긴장감이 유지됐다. 배우들도 잔발 스텝을 힘있게 가져가면서도 음정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농구 장면이 끝나면 지친 호흡으로 대사를 가져가는게 생동감 있게 들려서 관객도 함께 호흡하는 느낌을 줬다. 농구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만화 '슬램덩크'의 장면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하이파이브 세레머니, '왼손은 거둘뿐'이라는 대사, 북산엔딩까지 나오면서 농구라는 스포츠에 몰입하도록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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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도 기본적으로 공과 함께하는 것에 준비가 잘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신창주 배우가 농구를 못하는 사람의 특성을 디테일하게 잘 보여줘서 인상적이었다.

다만 내용이 조금 더 농구에 집중됐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 100분이라는 시간동안 6명의 캐릭터가 가진 사연들이 초반부에 드러나고 후반부에 그러한 사연들이 해소된다. 또한 그 사이 농구대회에 출전하는 과정까지 그려내기에는 너무 벅찼다. 자연스럽게 사연마다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았고 주제가 집중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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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농구는 다른 종목보다 함께 했을 때 더 빛나고, 과정부터 결과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더 드라마틱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농구를 극 내내 활용하면서도 막상 마무리는 여러 곳으로 흩어졌다.

농구의 특성을 간간히 대사를 통해서 드러낼 뿐 다른 스포츠를 활용했어도 나올 수 있는 주제로 마무리됐다. 공연을 보고난 뒤 누구를 주인공으로 극이 펼쳐진 것인지 헷갈려서 아쉬움이 남았다.

한편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은 7월 5일부터 8월 28일까지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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