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갤러리 BK에서 국내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회화 영역의 아이코닉 작가들을 한데 아우른 기획전 '트롱프 뢰유-crisscross into reality'를 오는 8월 11일부터 9월 1일까지 진행한다.

Trompe l’oeil(트롱프 뢰유)는 ‘눈속임 기법’을 일컫는 프랑스어로, 현실로 착각하게 하는 목적을 가진 그림을 의미한다. 하이퍼리얼리즘의 사전적 의미는 극단적인 사실적 묘사에 의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을 일순간 정지시켜 이를 강조해 표현하는 회화 영역의 무브먼트다.

개인의 주관을 극도로 배제하고 사진처럼 극명한 사실주의적 화면 구성을 추구하면서 리얼리즘 이상의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태도를 회화 전반에 보여준다. 하이퍼리얼리즘은 미국 현대미술의 팝아트 정신을 이어받기도 해 화폭 위에 주로 일상의
소재를 다룬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고,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묘사와 억제된 표현으로 현재의 부분적 장면을 재해석하고 극대화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들과 미세한 요소들의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6인의 작가들은 자신만의 화면 위에 각자 일깨우고자 하는 인간 내면의 사고를 심리적이고 회화적인 터치감으로 드러내고 있다.

화려하게 색감을 피워내 그 힘을 소진하기 직전과 같은 꽃의 모습, 좁은 유리그릇 안에서 여유로이 부유하는 금붕어의 시선, 오방색 보자기로 전달되는 심미적이고 미묘한 정서, 켜켜이 쌓아올린 책들이 보여주는 채워진 삶의 흔적, 달콤함의 물질성과 비물질성으로 접근하는 감각의 재현, 형의 확장으로 삶의 이중성을 담아내는 주사위 형태 등은 가상과 현실의 공간을 가늠하지 못하게 하며 마주한 장면들에 대한 환상과 일루전을 제시한다.

이로써 장 보드리야르의 ‘가짜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아졌다’란 이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 될 전망이다.

이번 기획전에 등장하는 각각의 작품은 단순히 정지된 이미지를 극사실화했다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두뇌와 기억 그리고 시각을 의심하게 만들 것이고, 크게는 시공간적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다. 더불어 작가 개개인의 서술적이며 외현적인 이야기가 녹여져 정교한 기록으로의 선연한 여행을 선사할 전망이다.

사진=BK갤러리 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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