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국내외에서 연일 화제다.

드라마 타이틀인 '이상한'의 영문 번역판은 'Extrodinary(특별한)'다. 탁월한 업무 능력을 지닌 자폐 스펙트럼 인물을 '이상하게' 여기는 차별적 시선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특별하게' 바라보는 의미를 의도적으로 함축했다.

드라마는 우리 사회 곳곳에 그리고 편견 없다고 자부하는 우리들 의식에 암암리에 똬리를 틀고 있는 '편견과 차별'을 무해하게 건드린다. 시나브로 자성하게 만드는 위력을 발휘한다.

메시지뿐만 아니라 진부하다고 여겨져온 소재를 설득력 있고도 세련되게 길어올린다. 이 드라마의 흥미 요인 중 하나는 출생의 비밀이다. 엄마 없이 미혼부 슬하에서 성장해온 우영우(박은빈)의 친모가 누구인지 극 초반부터 관심사였다.

자신이 업계 2위 로펌 한바다에 부정 취업했단 의혹에 좌절을 맛본 우영우는 아버지 우광호(전배수)로부터 독립을 결심했고, 자신의 능력을 인정한 태산으로 이직하기로 했다. 이에 우광호는 태산의 대표인 태수미(진경)가 갓난아기인 영우를 버린 친모라는 사실을 털어놨다. 

이후 우영우는 태수미를 만나 자신이 딸임을 알렸다. 아버지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태산으로 이직할 결심을 했지만 "나를 낳았고 나를 버렸고 지금은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어머니에게 갈 수는 없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어머니’란 단어에 충격을 받은데 이어 "한바다와 아버지 곁에 남을 거"란 우영우의 말에 쓰라린 눈물을 머금은 태수미는 “나를 원망했니?”라고 물었다. 이에 잠시 생각에 빠진 우영우는 “소덕동 언덕 위에서 함께 팽나무를 바라봤을 때...좋았습니다. 한 번은 만나보고 싶었어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라고 말한 뒤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뒤돌아섰다.

일반적인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을 밝힐 경우 회를 질질 끌며 긴장 조성 및 감정 과잉으로 끌고가는 게 대부분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아버지→영우→태수미'로 이어지는 사이다 고백과 빠른 스토리 전개로 '다름'을 보여줬다. 이어 친모-친자 확인 순간, 절제된 감정과 연출로 시청자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했다. 울고불고 원망하며 용서를 구하는 장면 대신.

팽나무를 바라보던 두 모녀는 똑같은 손짓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올렸다. 한 곳을 바라보는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태수미는 ‘흘러내린 웨딩드레스 사건’의 의견서를 언급, 아이디어가 신선해 ‘우영우 변호사’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며 호감을 드러닌 뒤 "우리랑 이기는 재판해봐요"라며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 '자폐'라는 이유로 입사를 거절했던 다른 로펌 관계자들과 달리 우영우의 실력만을 바라봤다.

우영우 역시 어머니에 대한 해묵은 원망 대신 롤모델로 삼고 싶은 업계 대선배이자 자신을 낳아줬으나 인연은 그것으로 끝난 생물학적 어머니에 대한 심정을 성인답게 성숙하고 솔직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작가의 대본과 PD의 연출의도를 십분 살려낸 박은빈과 진경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해맑은 표정에 복잡한 심경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시선에 담아낸 박은빈이나 미세하게 일그러지는 표정과 점층적 눈물 농도로 회한 가득한 모성을 표현해낸 진경이 만들어낸 이 신은 '올해의 명장면'으로 불러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극중 영우가 언급한 '고래사냥법' 속 자신이 죽을 줄 알면서도 새끼고래 곁을 지키는 어미 고래 스토리가 남은 후반부에서 과연 펼쳐질지 사뭇 궁금하다. 

사진=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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