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을 챙기고, 술도 마시지 않던 모범적 인간 지효는 시국(이동휘) 실종을 계기로 보라(나나)와 재회하며 큰 변화를 맞이한다. 그만큼 인물의 변화도 큰 데다, 감당하기 힘든 사건들에 휘말리며 감정의 진폭도 컸다. 전여빈은 이런 인물을 어떻게 연기해나갔을까.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고 대본을 받게 됐어요. 극중 사건을 겪게 되면서 배우로서 표현의 파이도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챕터마다 도전해야 하는 과제들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고, 배우로서는 그 표현의 파이를 넓혀가는게 행복한 경험이거든요. 누구나 그런것을 바라고 있고요. 마땅히 기쁘게 받아들이면서 따라간거 같아요.”
나나와의 연기 호흡도 빼놓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같은 사건을 전혀 다른 방식의 해법으로 풀어나가며 성장을 보여준다. 전여빈은 “둘을 좋아해주시는 팬분들이 ‘아랍 두부가 진리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마도 아주 좋은 케미라고 표현해주신거 같아요. 그런 외적인 케미도 저는 아주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없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이였던 거 같아요. 제가 너무 지쳐있을 때는 그 친구가 힘을 북돋워주고, 그 친구가 지쳐있을 때는 제가 이끌어주기도 하고요. 서로를 향해서 엄청 애를 쓰지 않아도 유기적으로 잘 맞는 사이였어요. 그건 서로가 서로를 믿어준 거 같아요. 그게 어떻게 보면 큰 행운인 거 같아요”
‘글리치’로 한정 짓지 않는다면 전여빈은 전작에서 만난 배우들과도 찰떡같은 케미로 칭찬을 받아왔다. 지난해 ‘빈센조’ 역시 그랬다.
“케미의 비결은 다른건 없고 이건 제가 운이 좋았던거 같아요. 어떤 선배님이 저한테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상대 배우에게 느낀 감정들에 대해서 말을 했어요. 신나서 막 이야기를 했는데, 선배님이 ‘여빈아 너는 복이 많았구나’ 하시더라고요. 그런 기분을 늘 느낄 수는 없는 일인데, 호흡이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그런데 그게 늘 있는 일은 아니고 멋진 행운의 순간들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순간들이 왔을때 어떻게 연기하면 좋을지, 그런 걸 연구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고 하셨거든요. 지금까지는 참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성향적인 걸로 말하자면 사람을 좋아하는 편인거 같아요. 사람을 좋아하고 연기하는 것도 좋아하다 보니까 왠만하면 즐겁게 연기하고 싶어요. 어떻게 잘 주고 받을 수 있을까 되게 많이 고민을 해요. 상대의 연기를 잘 받으면서 나는 또 어떻게 즐거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