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퍼포먼스 합창 배틀을 표방한 SBS ‘싱포골드’가 3회까지 1라운드 지역배틀을 방송한 가운데 새로운 감흥을 자아내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은 우려먹기 콘셉트와 악마의 편집, 감성팔이 내용, 심사위원 자질 문제 등으로 지적을 받으면서도 '시청률 보증수표'로 맹위를 떨쳐왔다. K팝, 록, 트로트, 크로스오버 등 음악적 장르 및 포맷을 확장해오던 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제 '합창'의 영역에 발을 내디뎠다.

경연 참가자 개개인의 실력과 개셩을 평가받는 기존과 달리 이번 콘셉트 '합창'은 개개인의 소리가 모여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화음과 풍성함이 매력이다. 절제, 상대에 대한 배려, 실력과 섬세한 표현이 필수다. '가창의 끝판왕'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늠짓는 핵심 요소는 콘텐츠(경연 참가자)다. '싱포골드'는 합창의 특성상 젠G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가르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통합한다. 제주 소년소녀 합창단 '떼루아유스콰이어'가 선택한 곡은 '새야 새야 파랑새야'.

동학농민운동을 이끈 전봉준 장군을 기리고 일본군을 몰아내고자 했던 민중의 염원을 담은 구전민요다. 가슴 먹먹한 메시지와 완성도 높은 무대에 경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최근 '친일 역사관' 논쟁이 들끓는 시기에 조용하게 경종을 울린 무대였다.

부산의 30~50대 육아맘들이 결성한 '조아콰이어'는 산울림의 '회상'을 골랐다. 쓸쓸하며 관조적인 독백 노래를 '합창'으로 승화시킨 원동력은 실력과 연륜이었다.

대학시절 성악을 전공했으나 현재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50대 단원은 "비브라토와 음정은 떨어졌지만 조아는 푸릇했던 20대 성악도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현재의 내게 자극을 주는 거울과 같다"는 말로 청자의 가슴을 흔들었다. 이들의 노래는 출산 후 '김현주가 아닌 아이들의 엄마'로만 살아왔던 배우 한가인의 눈에 눈물을 고이게 만들었다.

참가팀 가운데 최고령인 중장년 합창단 'J콰이어'는 단원들의 지나온 삶의 결이 녹아있는 무대로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이들이 부른 버스커 버스커의 ‘꽃송이가’는 진한 감동과 울림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외 고난도 퍼포먼스를 여유롭게 선보이며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 ‘헤리티지 매스콰이어’, 이효리의 ‘치티치티 뱅뱅’을 강렬한 칼군무와 함께 합창으로 재탄생시킨 월드 챔피언 ‘하모나이즈’, 합창단과 스트리트 댄서크루라는 낯선 조합으로 폭발적 에너지를 터뜨린 ‘콜링콰이어’ 등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중의 폭넓은 관심을 얻기 힘든 성악가들, 코로나19 사태로 무대를 잃어버린 예술가들의 노래를 향한 절절함 그리고 목놓아 즐기는 모습은 신파적 설정을 거둬냈음에도 때론 숨을 멎게 만들고 때로는 자연스럽게 공감을 유발한다. 

한편 16일(오늘) 저녁 6시20분 방송되는 4회부터 2라운드 메인 배틀의 서막이 열린다.

사진=SBS '싱포골드'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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