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로 거론되고 있는 이들이 사건 3일만인 1일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잇따라 사과행렬에 나섰다. 구설로 인한 논란, 책임론이 거세지자 떠밀리듯 내놓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웠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페이퍼 사과'였다. 입장문을 통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다”며 “불행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송구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두려워서 마음이 거북스럽다”이다.

박 구청장은 “애도 기간이 끝나고 사고수습이 완료되면 구청 차원에서 사전 대응에 미흡한 부분은 없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향후 면밀한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구청장은 10월30일 한겨레에 “영혼 없는 사과보단 정확히 어떤 사전 준비를 했고, 실제로 잘 시행이 됐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31일 MBC 인터뷰에선 “이건(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다. 하나의 ‘현상’으로 봐야 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연이은 ‘책임 회피’ 발언으로 입길에 올랐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행안위 사과'를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현안보고 전 “제가 최근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드린 말씀으로 적지 않은 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전체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은 ‘경찰과 소방 배치에 문제가 없었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도 변함이 없나’라고 물었지만 이 장관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회의장을 나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눈물 사과'였다. 서울시청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특별시장으로서 이번 사고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참담한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비등한 책임론엔 “수사를 해봐야 한다”고 선을 긋거나 내부 감사를 통한 책임 규명에 대해서도 “감사가 어렵다”고 물러섰다.

사망자와 유가족의 사연을 떠올린 듯 눈물도 훔쳤다. 예정에 없던 입장 발표에 나선 이유에 대해 “사실 어제까지는 경황이 없었다. 늘 마음 속에 언제쯤 사죄 말씀을 드려야하나 고민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 결심이 섰다”며 목이 메인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변명과 자기합리화가 아닌 진정한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인정할 것▲책임지는 자세를 보일 것▲재발방지 및 현실적인 보상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3인의 사과는 3가지 조건에 부합했을까. 무한책임의 공직자인 이들이 침묵을 유지하는 동안 시민들이 먼저 사과했다. 이태원역 참사현장, 서울시청 광장과 녹사평역 합동분향소, 포털 추모공간에서 절절한 마음으로,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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