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유(37)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배우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여성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자타공인 로맨티스타다. 하지만 '공유하고 싶은 남자' 공유는 그 로맨틱 이미지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했다.

오는 20일 개봉을 앞둔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은 남자다운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도전이었다.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공유를 만났다.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그에게서 설레는 마음과 더불어 긴장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로코 킹' 이미지, 흐뭇 반 부담 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영화 ‘남과 여’ ‘김종욱 찾기’ 등 섬세한 로맨스로 여심을 뒤흔들었던 로맨티스타 공유의 이미지는 생각보다 강했다. 2013년 영화 ‘용의자’에서 북한 특수요원 출신 지동철 역을 맡으며 액션도 선보였지만, 아직도 많은 관객들의 뇌리엔 부드러운 스윗가이의 이미지가 크다. 내심 기쁘지만 조금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면 로맨틱한 이미지에 큰 욕심은 없어요. 아마 ‘커피프린스 1호점’ 때 이미지가 굉장히 강해서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나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도가니’도 그렇고, ‘용의자’도 그렇고 로맨틱하지 않은 캐릭터도 많았는데...(웃음) 기분 좋은 이미지인 건 분명한데, 너무 하나로만 굳어지는 건 옳지 않은 거 같아요. 어찌보면 제게 넘어야 할 산 같은 거죠.”

"액션 배우 자부심"

2013년 ‘용의자’를 찍어서 액션 감을 익혔기 때문에 ‘부산행’ 촬영은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웬걸! 같은 액션이라고 생각했다가 큰 코 다쳤다. 좀비들과 합을 짜려니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다. 그래도 최대한 캐릭터에 잘 맞게 액션을 하려고 노력했다. 액션은 어렵지만 꽤 즐겁기도 했다.

“촬영할 때 무술 감독님이 오셔서 ‘액션 해보셔서 다 할 수 있죠?’라고 물으셨어요. 약간 절 인정해주는 분위기라 내심 기뻤어요.(웃음) 그때 겸손한 척 했지만 약간 우쭐했죠. 그런데 좀비영화 액션이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괜히 애꿎게 좀비 연기하시는 분들이 많이 맞으셨어요. 정말 죄송하고 또 고마우신 분들이죠. 그분들도 사람이 아닌 존재를 연기를 하는 입장이라서 일부러 맞기 좋게 대어 줄 수는 없잖아요. 그런 부분이 예상치 못하게 힘들었죠.”

 

"두려운 도전, 연상호 감독에 대한 신뢰로 극복"

‘부산행’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장편 좀비영화다. 팬들의 기대와 우려 섞인 목소리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스스로 의문을 갖고서는 촬영에 제대로 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연상호 감독, 동료들과 꾸준히 대화하면서 점점 영화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그제야 이제 내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영화엔 ‘처음’이라는 이름이 따라 붙죠. 당연히 흥분되고 설레는 일이었어요. 물론 자연스레 불안함도 있었고, 또 위험에 대한 도전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특히 분장이나 CG에 의문과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연상호라는 ‘괴짜 감독’(?)이 제게 확신을 줬어요.”

연상호 감독은 그간 ‘사이비’ ‘돼지의 왕’ 등 인상적인 애니메이션을 주로 만들어왔다. 첫 실사 영화기에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몰려왔다.

“촬영 전엔 조금 걱정한 건 사실이에요. 근데 막상 현장에서 만났을 때, 전혀 이질감이 없어서 놀랐어요. 저랑 나이차이도 많지 않아서 친구, 동료 같기도 하다가 때론 카리스마 있는 감독으로 변하곤 했죠. 멋진 감독님인데... 다만 약간 ‘사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해요(웃음). 좋게 말해서 자신감이 있는 거죠. 그게 저랑 통했던 거 같아요.”

 

“아이 낳는 게 두려워요” 아빠 역할 소감

이전에도 딸을 키우는 캐릭터를 연기한 적 있지만, ‘부산행’에서는 좀 더 역할이 짙었다. 위기 속에서 ‘부성’을 전면에 내세운 역할은 지금껏 없어서 내밀한 캐릭터 고민이 필요했다. 딱 30대 후반의 고민을 진 석우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나중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사실이 조금 두렵게 다가왔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품고 있는 영화다보니 무서운 인간의 모습이 종종 나와요. 조금은 불합리하게 소수를 향한 횡포나 무시가 굉장히 무섭게 표현되잖아요.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과 가치관, 시선들에 대해 이걸 내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주고, 어떤 세상을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 되더군요. 이게 참 어렵고 무서운 거 같아요.”
 

"수안이는 대단한 여배우"

어느 날 김태용 감독이 ‘대단한 여배우가 나타났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온 적이 있다. 그 여배우가 극 중 딸 수안이다. 실제로 ‘부산행’의 아들 설정이 수안이 때문에 딸로 바뀔 만큼 매력적인 ‘배우’다. 여느 성인 배우들보다도 더 프로다운 모습에 가끔씩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배울 점이 많았다.

“수안이는 한 마디로 ‘안 좋아할 수 없는 친구’에요. 촬영에 지칠 법도 했는데 투정 한 번 안 부리더라고요. 그 덕분에 제 입장에선 쉽게 감정에 몰입할 수 있었죠. 너무 고마워요. 그 나이에 하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꾹 참아가면서 촬영하는 모습이 너무 어른스러워서 조금은 안쓰러운 마음도 있었어요. 제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받기만 한 것 같아요.”

 

'부산행'... 관객들과 공감할 수 있길

“지금 호평들만 해주셔서 얼떨떨해요. 기대치를 높여놓은 건 아닐까 걱정도 되고요. 바라는 게 있다면 제가 ‘부산행’ 시나리오를 보고 느꼈던 것들에 관객분들이 같이 공감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앞으로 쌓아갈 필모그래피도 단순히 보고 끝나는 영화들이 아니라 깊은 생각을 이끌어 내고, 넓은 느낌을 주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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