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와일드’로 미국 아카데미의 주목을 받았던 캐나다 출신 장 마크 발레 감독의 신작 ‘데몰리션’이 지난 13일 개봉 이후 적은 개봉관 수에도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뒤 삶을 들여다보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 9점을 돌파한데 이어 CGV 골든에그 96%에 이르는 등 개봉 후 오히려 더 높은 평점을 기록 중이다. 극장 안에는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유 4가지를 모았다.

1. 실존에 관한 특별한 스토리

성공한 투자 분석가 데이비스(제이크 질렌할)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살아간다. 어딘가에 진심을 터놓고 싶어하던 데이비스는 자판기 회사에 환불을 핑계로 편지를 보내고, 고객센터 직원 캐런(나오미 왓츠)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어디다 이야기할 곳은 있나요?”. 캐런과 그녀의 아들 크리스(유다 르위스)와 동행하며 도시를 헤매던 데이비스는 망가진 냉장고와 컴퓨터 등을 분해하기 시작하고, 끝내 아내와의 추억이 남아있는 집을 분해하기로 한다.

 

2. ‘고독과 절망’ 마주하기

때론 우리 모두 삶의 의미를 상실해 버릴 만큼 지독한 고독과 절망과 마주하는 경우가 있다. ‘데몰리션’은 그런 상태에 봉착한 한 남자를 통해 예상하지 못한 인연과 위안을 발견하는 과정을 섬세하고도 절제된 톤으로 보여준다. 관객들은 ‘내면을 분해해서 뭣이 중한지 찾아가는 과정’에 깊이 공명한다. 잔잔해 보이지만 치열한 내면을 비춰주는 영화에 감동과 재미를 느끼고, 치유 받는다.

3. 눈빛으로 말한 배우 제이크 질렌할

‘데몰리션’은 한 인물의 시점을 좇는 구성을 택한다. 리딩 액터의 역량이 각별히 요구된다. 연기력 면에서 정평이 나있는 제이크 질렌할은 부담 속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말과 감정을 감추는 캐릭터를 맡아 눈빛 하나로 모든 정서를 표현해낸다. 쓸쓸한 눈빛으로 마음을 툭 건드리는 연기로 인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조디악’ ‘나이트 크롤러’ ‘사우스포’ 등 음영 짙은 캐릭터에 빠져 지내는 유능한 배우가 우려스러울 정도다. 무심한 듯 모성애 충만한 나오미 왓츠의 밀도 높은 연기도 빠트릴 수 없다.

4. 마음을 흔드는 OST

데이비스가 거리를 걷는 장면에서 춤추며 듣는 프리(Free)의 ‘Mr. Big’은 점차 자유로워지는 데이비스의 내면 풍경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흐르는 하프 문 런의 ‘Warmest Regards’는 가사를 음미하며 들으면 감동이 배가한다. 이외 샤를르 아즈나부르의 ‘La Boheme’, 애니멀즈의 ‘When I was Young’ 등 스크린에 울러 펴지는 OST 넘버들이 한결같이 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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