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가 전날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오전에는 조재성이 병역비리에 연루돼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오후에는 명백한 오심이 발생하며 팬들을 분노케 했다. 남자 프로배구가 점점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라 충격은 더욱 컸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사진=한국배구연맹

지난 27일 OK금융그룹 구단은 "조재성이 지난 25일 오후 구단에 병역 비리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는 사실을 구단에 알렸다.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조재성을 모든 훈련과 경기에서 배제했다. 구단은 선수가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조재성은 OK금융그룹의 핵심 전력이자 배구계에서도 이름난 선수라 충격은 더했다. 조재성은 현역병 입영 대상이었지만 브로커를 만나 재검을 통해 사회복무요원(4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뇌전증을 진단받은 것처럼 꾸며 병역 면탈을 도운 브로커 1명을 추가로 적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 및 선수들이 수사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면서 병역 비리 추가 선수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 스포츠계 전체가 긴장하는 모습이다.

앞서 스포츠계는 병역 비리와 관련해 몇 차례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04년에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구체신염 판정을 받는 형태로 시도했고, 2008년에는 프로축구 선수들이 고의적인 어깨 탈구로 수술을 받고 병역을 회피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과도기를 거친 프로선수들은 이후에는 병역 비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고, 보는 눈들도 많아지면서 이러한 사례는 없어지는 듯 보였지만 또 다시 의혹이 발생한 것에 대해 팬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우울한 소식이 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역대급 오심이 나왔다. 27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경기에서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4세트 한국전력 미들블로커 박찬웅의 네트터치 여부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이에 정의탁 경기위원, 진병운 심판위원, 남영수 부심은 함께 영상을 봤다. 영상에는 박찬웅의 왼팔이 네트 상단에 닿는 모습이 명확히 잡혔지만 판정은 노터치로 나왔다. 후인정 감독은 이에 강력히 항의하며 분노를 드러냈고 심판진은 화면을 다시 보고 오심을 인정했지만, 판정 결과가 바뀌지는 않았다. 

결국 배구연맹은 28일 해당 상황을 잘못 판정한 남영수 부심, 정의탁 경기위원, 진병운 심판위원에게 연맹 자동 벌칙 부과 기준에 따라 최대 3경기 배정 제외 결정을 내렸다.

어느 순간부터 남자 프로배구는 여자 프로배구에 인기가 밀렸다. 경기 중계만 봐도 여자배구는 김연경을 중심으로 만원관중이 찬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남자배구는 관중석이 빈 모습이 쉽게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선수들은 병역비리, 심판진은 오심을 하면서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또한 오심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는 그간의 문제를 대하는 대처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OK금융그룹 구단은 조재성의 수사 결과에 따라 무관용 원칙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최근 프로스포츠계 흐름을 봤을 때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면 이것만으로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남자 프로배구는 세계무대와는 점점 격차가 벌어졌고, 자국리그에서는 끊임없이 악재가 나오며 외면받고 있다. 언제쯤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남자배구의 연말은 차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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