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흥국생명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번에도 흥국생명은 의혹에 대해 납득하기 힘든 해명으로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다. 2년 전 발생한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학폭 논란을 교훈 삼기는 커녕 벌써 잊은 듯 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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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순항하던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의 동반 사퇴를 시작으로 삐걱였다. 보통 성적부진 등으로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과 달리 흥국생명은 리그 2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이에 9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 권 감독의 경질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에 흥국생명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베테랑과 젊은 선수 기용을 놓고 갈등 의혹이 제기됐고 김연경을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의 보이콧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흥국생명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 전환에 나서는 듯 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직후 다시 문제가 터졌다.

새로 선임된 신용준 신임 단장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전 감독과 단장 간 선수기용에 대한 개입은 전혀 없었다. 다만 김연경과 옐레나를 전위에 함께 두는 문제를 두고 의견이 충돌했을 뿐"이라며 사실상 구단이 선수 기용에 개입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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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김연경은 "부끄럽다. 이런 팀이 있을까 싶다. 구단은 구단 말을 잘 듣는 사람을 감독으로 원하는 것 같다. 다음 감독님이 오신다고 해도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폭로하며 충격을 안겼다.

결국 권순찬 감독 체제에서 수석코치를 맡은 이영수 감독대행은 GS칼텍스전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흥국생명은 곧바로 다음날 김기준 선명여고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권순찬 감독을 경질한지 나흘만에 사령탑이 또 바꾼 것이다.

흥국생명의 대응은 이번에도 어설픈 해명과 숨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의혹이 발생했을 때 적극적인 해명을 하고자하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고 감독을 경질하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내부적으로 쉬쉬하는 문화는 여전하다. 과거 이재영, 이다영 학폭 사태와 너무나도 닮아있다.

이번 시즌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의 아성을 넘을 대항마로 꼽힌다. 김연경의 가세와 함께 단단해졌고 이주아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베테랑 김미연, 김해란 등이 꾸준하게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여전히 현대건설을 가시권 내에서 맹추격하고 있고 3위와의 격차도 커서 봄배구 진출은 무난해 보인다. 

그동안 쌓아온 성적이 좋은만큼 흥국생명은 지금이라도 팬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모한다면 대권 도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태도가 2년 전과 비교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좌절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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