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 중 한명이 아닐까. 정재환은 지난해부터 '이퀄', '스메르쟈코프', '번지점프를 하다', '안나,차이코프스키', '루드윅'까지 1년 여동안 대학로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며 빠르게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공연을 보면 이러한 행보가 우연한 결과물이 아님을 알게 된다.

사진=오차드씨앤씨
사진=오차드씨앤씨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에서 정재환은 청년 루드윅과 성장한 카를 역할을 연기하며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공연이 2달 여 지난 시점에서 싱글리스트와 만난 그는 "처음에는 가파르게 에너지를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에너지를 분배하고 강약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고 첫 인사를 건냈다.

이번 작품에서 정재환은 감정변화도 많고 내지르는 발성이나 넘버들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그는 "극 흐름도 쎄고 성대가 약한 것을 지인들이나 관객들이 알고 있어서 걱정을 많이 해준다. 이제는 저만의 방법으로 해결하는 법을 알게 됐다"면서 "베토벤의 다양한 모습이 잘 전달되면서 좋은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재환은 연기와 노래실력 못지 않게 준수한 외모로도 많은 관객을 설레게 한다. '루드윅'에서는 카를 역할에서 안경을 쓰고 순수한 모습을 보일 때 더욱 잘 나타난다. 정재환은 전작 '번지점프를 하다'의 일화를 언급하며 "첫 리딩을 하는데 제가 아이돌인줄 알고 다른 선배들이 혹시 어떤 그룹이냐고 물었다"며 "이미지와 다르게 소리를 지를 줄 알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을 좋아해주는 것 같다"라고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정재환은 평소 캐릭터 연구를 깊게하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과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을까. 그는 "베토벤 관련 콘테츠들을 많이 봤다. '불멸의 연인'은 뮤지컬의 '루드윅'과 다르지만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연출님의 추천이 있었고, 게리 올드만이 했던 베토벤의 악성스러운 표정이나 말투 같은 것이 모티브를 줬다"고 말했다.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이준용(스튜디오눈)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이준용(스튜디오눈)

이어 "'카핑 베토벤'을 보면 뒤에 카를이라는 역할이 나오는데 거기서 모티브를 얻기도 했다. 또한 베토벤은 거의 안들리는 역할이라 헤드셋을 쓰고 부모님에게 불러달라고 했다. 안들릴 때 모습을 찍어보기도 하고 대사 톤 등을 베토벤스럽게 표현하려고 했다. 귀가 안들리고 학대를 받은 사람은 어떻게 반응 했을지 생각하고 접근했다. 베토벤의 생애를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재환은 루드윅과 카를 연기의 차이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으로 생각했다. 대사톤에서 낮은 톤과 청량한 차이로 구분을 했고 걷는 자세에서는 가슴을 어느정도 내밀고 걷는지 등으로 차이를 내려고 했다. 행동과 습관을 다르게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른 배우들과의 차이에서는 "조금 더 유약한 면이 있다. 남동생 같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정재환은 '루드윅'에서 청소년기의 반항적인 모습과 베토벤에게 억눌려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는 면이 충돌하는 부분에서 감정을 폭발시키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때 눈물 뿐만이 아닌 콧물까지 흘리면서 열연을 펼치는 것이 관객들에게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에 대해 그는 "평소에는 안그러는데 비염이 있어서 눈물을 흘릴 때는 콧물이 엄청나게 나온다. '이퀄'이라는 작품에서도 감정의 폭을 넓게 썼는데 당시 연출님이 손수건을 주면서 미리 코를 풀고 준비하라고 했을 정도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이준용(스튜디오눈)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이준용(스튜디오눈)

정재환은 극중 베토벤 역할에 김주호, 박민성, 테이, 백인태와 많은 호흡을 주고 받는다. 그는 "베토벤들이 청년들에게 많이 맞춰준다"며 "특히 김주호가 초연부터 이 작품을 계속했고 저랑 다른 작품에서 부자로 만나서 대화를 초반에 많이 했다. 저에게 루드윅과 청년은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너가 마리와 발터를 어떻게 만나고 대하는지를 정확하게 연구를 해야 베토벤과 관계성을 형성할 수 있다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피아노를 가르쳐달라고 하는 부분에서 타당성있게 신경쓰려고 했다. 무례하지 않게 하려고 했고 내 어린시절과 겹쳐보이면서 마음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야 발터의 이야기를 들었을때 충격을 받는게 다르다고 생각했다. 마리의 한마디가 청년에게 깨달음을 얻는 빌드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정재환은 '루드윅'에서 충분히 고함치고 절규하고 울부짖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컨디션 관리에 대한 질문에서는 이날 인터뷰 중에서 가장 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음역대가 높은 편은 아니었고 처음에 대사부터 소리를 지르다보니까 연기를 하다가 노래로 연기를 하는 부분에서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노래가 늘었다고 표현하는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를 다닐 때부터 감정이 바닥까지 갔다가 올라오는 극을 좋아했다. 파멸극을 많이 보러 다녔고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루드윅'을 연습하면서 에너지의 조절은 힘들었지만 감정은 개운했다. 화를 잘 내는 편은 아닌데 감정적으로 표출해보는 것이 후련함이 있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②에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