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독자를 울린 권비영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여름 극장가 기대작 ‘덕혜옹주’(8월3일 개봉)가 베일을 벗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 캐릭터의 심리와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 시네필의 지지를 얻어온 허진호 감독이 독보적인 감성 연출로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비운의 옹주 덕혜

이 작품은 고종황제(백윤식)의 외동딸로 태어나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지만, 일본으로 끌려가 매일 고국을 그리워하며 살아간 덕혜옹주(손예진)의 삶을 애틋한 시선으로 조명한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의 강압 속에 살아가던 그녀는 자신의 자아를 하나둘씩 잃어간다.

영화는 아픈 역사를 바라보지만, 덕혜의 삶을 통해 외로움의 고통을 밝힌다. 이국 땅에 선 그녀는 ‘조선의 옹주’란 자아를 되찾기 위해 분투하지만 곁에서 위로해주던 인물들이 조금씩 떠나며, 결국 아무도 봐주지 않는 고독한 존재로 남는다.

  

설득력 있는 로맨스

영화 속 덕혜는 자신을 위해 발로 뛰는 독립운동가 장한(박해일)과 로맨스를 나눈다. 아픈 역사를 소재로 하는 만큼 애정 묘사에 대한 우려가 짙었지만 적절히 활용되며 극의 재미를 높였다. 감정 묘사의 대가 허진호 감독의 유려한 문장력은 찬사를 받을 만하다. 덕혜에게 장한은 옹주로서 자부심을 이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끈이자,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주는 동지다. 이런 그에게 애틋함을 품는 애정신은 당위성을 확보하며 몰입도를 끌어 올린다.

  

원작소설 변주의 한계

원작소설을 재가공한 영화는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방대한 분량은 2시간으로 압축하면서 흐름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덕혜옹주’도 이 함정에 살짝 발이 빠진 모양새다. 감정 호흡이 덕혜와 장한을 따라 진행되다보니 그 외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과 이유가 미흡하다. 특히 가족과 대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영친왕(박수영), 덕혜와 결혼하게 된 다케유키(김재욱)의 순애보 등은 쉽게 이해되질 않는다.

  

손예진의 인생연기

‘덕혜옹주’는 한 인물을 집중 조명하는 구성으로 주연 여배우 손예진에게 많은 부담을 지웠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해 인생연기를 펼쳐보인다. 소심해 보이면서도 강단 있는 덕혜 옹주 캐릭터를 특유의 강렬한 눈빛, 차분한 목소리로 밀도 높게 소화한다. 스토리가 진행되며 조금씩 정신을 놓아가는 모습 역시 똑부러지게 연기함으로써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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