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댄스가수 유랑단(연출 김태호·강령미·작가 최혜정)이 지난 25일 첫방부터 재미와 감동 이상의 이야기로 화제몰이 중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무대를 보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멤버들끼리 수다만 떨어도 재미있네" "이런 프로그램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댄스가수 유랑단'은 K-팝의 주춧돌을 놓았던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그리고 지금 '대세'인 화사가 전국을 돌며 일상 속으로 들어가 팬들을 대면하고 함께 즐기는 전국 투어 콘서트 이야기다.

1980년대 후반 가요계에 등장해 '한국의 마돈나'로 군림했던 데뷔 38년차 김완선, 가수와 배우로서 입지를 단단히 구축하며 '만능 엔터테이너' 길을 개척한 '닥터 차정화' 열풍의 엄정화, '요정'에서 '제주댁'으로의 반전 라이프에도 '섹시퀸' 자태를 잃지 않는 이효리, 24년차 경력의 '아시아의 별' 보아, 카리스마 뒤에 순둥한 매력을 자랑하는 걸그룹 마마무 화사가 5명의 여주인공이다.

'댄스가수 유랑단'의 출발은 2021년 MAMA 다음날 브런치 모임에서 5명이 모이며 시작됐다. 이후 지난 3월 LP바에서 이뤄진 멤버들의 모임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이효리는 막내 화사에게 "너 잼 몰라? 초등학교 때 내가 윤현숙 언니 역할을 했었다"라며 잼의 '난 멈추지 않는다'(1992)를 선곡했다. 이효리는 "우리 주제곡 같다. 잊어선 안돼. 멈출 수 없다"라고 말했다. 

첫 방송에선 50대에서 20대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시대를 대표하는 댄스 디바들의 만남과 과거 공연 장면들이 비춰졌다. 이어 첫 유랑지인 진해 군항제 특설무대에 서기 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게릴라 공연을 펼치는 모습이 담겼다. 최근 업로드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고대 축제에 나선 숏팬츠 차림 보아와 양갈래 머리 엄정화의 무대를 확인할 수 있다.

관중의 함성이 쏟아지는 무대에 오랜만에 선 디바들은 울컥한다. 다시 뭉친 과거 팔팔했던 댄서들은 이제 아이 엄마가 됐고, 중년의 남자로 변모했다. 열혈 팬들도 함께 늙어(?)버렸다.

전성기 시절에 비해 살이 오르고 숨이 턱에 차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더라도 대수롭지 않다. 대중의 호응을 얻었던 히트곡을 끄집어내 먼지를 털어내고 윤기나게 열창하는 자체만으로도 그 시대를 함께했던 이들에겐 뭉클하기 때문이다.

중장년 세대에겐 "그땐 그랬지"식 추억 반추, 워맨스의 흥미 유발뿐만 아니라 생명력 짧은 '댄스가수'의 허들을 뛰어넘어, 간단치 않은 시절을 거쳐 지금까지 '현역'으로 생존해 있음에 밀려드는 '전우애'일 수 있다.

무엇보다 팬데믹 끝자락부터 대두된 MZ세대의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흐름과 달리 나이가 들고,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자신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일과 일터에서 사라지고 싶어하지 않는 그녀들의 간절함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사진= tvN '댄스가수 유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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