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18.5%의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인 JTBC 금토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인기를 끌었던 핵심 요인은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엄정화였다.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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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공공의 적이 될 법한 빌런 캐릭터를 맡은 김병철의 코믹연기가 빛을 발했지만 드라마의 서사를 멱살 잡고 끌고간 주체는 엄정화였다. 불륜과 외방자식 등 자극적인 소재임에도 밝고 선한 면모, 넉넉함과 여성스러움을 간직한 중년여성 차정숙 캐릭터가 엄정화와 동기화되며 몰입도를 높였다.

엄정화는 세대차이가 나는 어린 레지던트 사이에서도 미워할 수 없는 통통 튀는 차정숙의 매력을 사랑스럽게 그려낸 것은 물론, 남편 서인호(김병철)에게는 까칠하다가도 아들 서정민(송지호)만 보면 자동 발사되는 ‘엄마 미소’까지 그간 쌓아온 연기력의 정점을 찍으며 ‘차정숙 그 자체’임을 웅변했다. 

멜로부터 스릴러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해왔던 엄정화 특유의 능청스럽고 차진 연기는 관극의 재미를 톡톡히 더했다. 

최종회 방송 전 엄정화는 한 인터뷰에서 "가장 마음에 쏙 드는 결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말에 걸맞게 최종회는 '닥터 차정숙'의 홀로서기로 마무리됐다. 다 큰 아이들이나 지지고 볶고 살아온 세월이 잉태한 동정에 발목 잡혀 신뢰를 져버린 남편(김병철)과 재결합하는 고구마를 들이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잘생기고 유능한 연하의 의사(민우혁)와 로맨스를 꽃피우면서 신데렐라 스토리로 빠져들지도 않았다.

청춘시절 현실적 이유로 접었던 꿈을 향해 힘겹게 인생리부팅을 선택한 전업주부 차정숙답게 현실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소중한 자신의 직업을 되찾았으며 더욱이 그 일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이다. 자식을 키워낸 엄마의 마음으로 소중하게 인술을 펼쳐나가는 차정숙의 3년 후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사진=JT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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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만 들어서면 주눅들기 일쑤인 환자들을 친근하게 상담해주는 품새 넓은 동네의사, 의료혜택을 받기 힘든 시골과 오지의 환자들을 찾아가며 행복해하는 정숙의 모습은 '닥터 차정숙'이 나이를 초월한 성장기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했다.

1990년대 이후 합창단, 가수, 배우의 길을 차곡차곡 걸어가며 연기와 노래 모두 정상에 올랐던 엄정화는 생명력 짧은 댄스가수 영역에서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디바'로 군림하고 있다. 성대결절의 고비를 극복하고 올여름 '댄스가수 유랑단'의 멤버로 어느 가수도 따라하기 힘든 무대 위 표정연기를 보여주며 전국 각지를 유랑 중이다. 

단단한 의지를 품은 엄정화의 향기가 '닥터 차정숙'에 자연스레 투영됨으로써 지난 두 달 동안 시청자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감정 이입하며 행복해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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