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살이 되던 해였다.

열아홉살을 끝으로 스무살로 넘어가는 마지막 날인 12월31일 일어난 일이었다. 시골에서 과수원을  하며 가축을 조금 키우시던 아버지께서 서울에 볼일이 있으셔서 올라오시고, 내가 대신 내려가 농장을 지키게 되었다. 나는 혼자 심심할것을 생각해 후배 녀석 하나를 불렀고, 그곳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후배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않았고 막차까지 끊겨 버렸다. 

하는수 없이 나는 혼자 농장으로 돌아와 아버지가 알려준대로 시골집의 이모저모를 둘러보고 나서 저녁밥을 차려 먹었다. 마당의 개집에는 아버지가 키우시는 작고 예쁜 강아지 한마리가 있었다. 시골 분위기랑 안맞게 외국 무슨 종자인데 털이 갈색 초콜렛 빛이었다. 

근데 요놈이 무슨 심술이 났는지 밥을 주니까 안먹고 밥그릇을 발로 엎는 것이었다. 다시 담아 주고 달래 주었지만 번번히 엎는 것이었다. 니가 배가 부르구나, 배가 고프면 알아서 먹겠지……

나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시골 농가집이라 구조가 'ㄱ'자 형태로 되어있는데 시작 되는 한쪽이 길고, 꺾이는 중간에 안방이 있고 꺾인 나머지 쪽이 손님들 모시는 방이었다.
 
우리집에서 제일 가까운 이웃집 까지가 삼십분거리인데 혼자 말 안듣는 강아지랑 밤을 보내려니 깝깝했다. 

에이… 잠이나 자야겠다…… 시골 겨울바람 소리는 왜이렇게 큰지… 집 뒤편의 대나무 숲이 연신 부대끼고… 강아지는 심난하게 계속 캉캉 짖어대고… 쌓인 눈에 나뭇가지 뚝뚝 부러지는 듯한 소리에… 모르는 새소리에…

밤이 되니 낮과 다른 감각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 었다. 뒤척이다 깜박 잠이 든것 같은데… 누가 여자 목소리로 '아이추워, 아이추워' 하는게 아닌가… 길게 이어진쪽 지붕위로, 그 끝쪽에서 내가 누워 있는 방 바로 위까지 다다다닥 하며 뛰어오는 소리가 나더니 이불 속으로 쑥 들어 오는게 아닌가!

'으악!' 비명을 지르고 깨어보니 꿈이 었다. 가위에 눌린것이다. 에휴…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었다. 주전자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길게 숨을 내쉬었다. 고요, 적막… 이상하다…… 겨울밤 소리는 이제 다 진정이 된건가? 문득 강아지 밥걱정이 들었다. 요놈 도 조용하네? 방문을 열고 마당에 내려왔다. 심장이 멎는 듯 했다. 

 

하얀 소복을 한 여자가 머리를 길게 풀어 해친채 달빛 아래 서있는 게 아닌가 ?

두다리에 감각이 없었다. 비명지를 목소리 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때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강아지가 갑자기 짖어대는게 아닌가… 문득 정신을 차린 나는 대나무 숲으로 무작정 달렸다. 대나무 숲 끝의 언덕 위까지…

그러나 이미 그곳엔 하얀 소복의 여자가 먼저 와있었다. 하늘엔 커다란 달이 겨울밤의 일을 지켜 보고 있었다. 이제 기력이 다한 나는 포기상태로 무릎을 꿇고 주저 앉았다. 흰소복의 여자는 서서히 내게 다가오고 있고 오직 달빛만이 나를 비춰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나는 갑자기 등이 가려워졌다. 손과 입에 고통이 몰려왔다. 가슴이 뜨거워 견딜 수가 없었다. 참을 수 없는 나는 소리를 질렀다. 오우~~~~~ 오우~~~~~
 
나의 입에서 늑대 울음 소리가 나는게 아닌가? 전신에 힘줄이 터질듯이 부풀어 올랐다. 나는 무릎을 일으키고 고개를 들었다. 하얀 소복의 여인을 노려 보았다. 이미 하얀 소복은 뒷걸음 치고 있었다. 대나무 숲사이를 헤집고 쫓고 쫓았다. 어느덧 먼동이 트고 있었다. 

지친 나는 집으로 돌아가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아침 늦게 전화 벨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선배님!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어요. 오다 눈 때문에 차가 막혀 이제야 왔어요. 죄송해요, 별일 없었죠?'
'별일? …응… 별일 없었어…'
'점심이나 먹자'

그렇게 연말 연초를 시골 농장에서 보내고 다시 서울로 상경했다. 그리고 얼마 후 어머님과 시골로 가신 아버지와의 전화 통화를 흘깃 듣게 되었는데…… 

'그래요 ? 동네 사람들이 다 봤다고요? 걔가 당신처럼 안 되길 바랬는데… 스무살 되는 해에는 그렇게 꼭 혼자서 달밤에 체조하는 당신 집안 남자들 내력, 누가 알까 창피해요…'

 

 

마이클 잭슨의 'Thriller'입니다. 
1983년 발매, 전세계 1억장 이상 판매.
각종 기록을 세운 앨범 입니다. 
뮤직비디오 감상 해보시죠…
더위를 잊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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