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에 서게 된 것 만으로도 영광인데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다. 라운드마다 즐겁게 연주하고 내려올 수 있어서 너무 뜻 깊은 시간이었다. ‘가스파르 다 살로'라는 명기로 콩쿠르를 참여할 있게 해주신 삼성문화재단에도 감사드린다."

비올리스트 이해수(23)가 10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폐막한 제72회 ARD 국제 음악 콩쿠르 비올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K-클래식 파워를 다시금 입증했다.

이해수는 3개 부문 특별상(청중상·오스나브뤼크 음악상·게바 특별상)도 함께 수상했다. 이번 대회에서 비올라 부문 2위는 시상되지 않았으며 3위는 독일의 이오넬 운구레아누, 일본의 다케히로 고노에가 공동 수상했다.

1952년 시작된 ARD 국제 음악 콩쿠르는 기악, 성악, 실내악 등 21개의 부문을 개최하는 독일 최고 권위의 콩쿠르다. 올해는 하프, 더블베이스, 피아노 삼중주 그리고 비올라 부문 콩쿠르가 진행됐다.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는 정명훈(피아노·1973년 2위), 황수미(성악·12년 2위), 김봄소리(바이올린·2013년 공동 2위), 함경(오보에·2017년 1위 없는 2위) 등이 있다

수상 직후 이해수는 싱글리스트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기나긴 여정이였지만 대회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다시금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해수는 지난 10일 오후 4시(현지시간)부터 뮌헨 레지덴츠 헤라쿨레스잘에서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앤드루 그램스 지휘)과 함께한 결선 무대에서 맨 마지막 순서로 출전해 윌리엄 월튼의 비올라 협주곡으로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2018년 프림로즈 국제 비올라 콩쿠르 당시에도 이해수는 결선 무대에서 월튼의 비올라 협주곡을 연주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월튼은 늘 제게 특별한 곡이다. 연주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어 좋아하는 곡이다. 프림로즈 때와는 다른 해석 그리고 느낌을 갖고 있었기에 더 즐겁게 연주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콩쿠르인 만큼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게 들려 드릴 수 있는 곡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월튼 협주곡을 선택했다."

이해수는 줄리아드 예비학교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에서 수학했으며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로베르토 디아즈, 신연 황을 사사했다. 또 독일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타베아 치머만을 사사하며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내달부터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Professional Studies 과정에서 학업을 이어가며 독주와 ‘커티스 온 투어’, ‘뮤지션스 프롬 말보로’의 일원으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병행할 예정이다.

"독일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견해를 배울 수 있었다. 저의 선생님인 비올리스트 타베아 치머만께서는 ‘늘 너의 음악을 연주해라’라고 말씀해 주신다. 항상 저를 믿고 존중해주시는 덕분에 더 자신 있게 연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는 2011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이후 2018년 프림로즈 비올라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및 한국인 최초 우승, 요한센 국제 현악 콩쿠르, 알버트 그린필드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세계 주요 콩쿠르를 석권하고 있다. 음악을 매력적으로 이끌어 가는 능력이 탁월하고, 다양한 소리의 컬러와 울림을 지닌 연주자란 평이 지배적이다.

"너무 존경하고 즐겨 듣는 연주자가 많아서 롤모델 한명을 꼽기가 어렵다. 연주할 때 음악을 즐기는 연주자들을 보면 좋다. 그래서 늘 '저렇게 음악을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다양한 장르와 연주를 들려드릴 수 있는 연주자이고 싶다. 청중이 나의 연주를 들었을 때 단순히 음악이 아닌 한편의 영화나 한권의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을 전해드릴 수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

어느덧 소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의 길목으로 접어들었다. 비올라의 우수 어리고 균형 잡힌 음색과 닮은 계절, 이해수는 하반기 열일 행보를 준비 중이다. 

"유럽, 미국 그리고 한국에서 실내악 투어 일정이 다양하게 잡혀 있다. 실내악 연주는 늘 저에게 즐거운 일이라 너무 기대가 된다. 앞으로 함께 연주할 다양한 음악가들과 소통하며 또 어떤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게 될지 너무 기다려진다. 더불어 솔로 악기로써 비올라의 매력을 더 많은 리스너들에게 소개시켜 드리고 싶다."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빛나는 성과를 일군 그에게 "또 콩쿠르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해수는 "지금으로서 계획은 아직 없다. 다만 더 즐겁고 다양한 음악을 많은 분들께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목표"라고 시원하게 대답했다.

사진=삼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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