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배우 김시후가 KBS 1TV 일일극 ‘금이야 옥이야’에서 완벽한 능력남이자 빌런 동주혁으로 긴 호흡을 마무리했다. 가을기운이 완연한 날 오후, 싱글리스트와 만난 그는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달뜬 모습이었다.

“첫 일일극이었어요. 7~8개월가량 촬영을 하다보니 배우들과 가족같은 사이가 되더라고요. 낯선 경험이었어요. 영화나 미니시리즈와 달리 일일극은 다른 시스템으로 촬영이 이뤄지더라고요. 연극처럼 한 호흡으로 가야하는 원투쓰리 카메라 사용도 신선했고요. 재밌게 촬영했어요.”

식당에 가면 어머니들이 알아보며 관심을 드러냈다. 극 초중반엔 나쁜 역할이다 보니 뒤에서 욕하는 소리도 들렸다. 흥미로웠다.

“주혁은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만든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사무친 캐릭터예요. 아버지의 행복을 막기 위한 복수심에 만행을 저질렀던 거 같아요. 원래는 젠틀하고 일에 있어서 냉철한 사람이거든요. 본심이 나쁜 인물은 아닌데 한번 삐툴어지다 보니 결국 사람을 이용하고 걷잡을 수 없이 괴물이 돼버렸죠. 나중에 잘못을 뉘우치고, 아버지와의 오해를 풀면서 본성을 되찾아서 다행이에요. 예주(강다현)를 만나면서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 캐릭터도 처음이었다. 폐쇄적이거나 아픔 많은 캐릭터는 해봤지만 여자의 마음을 이용까지 하는 인물을 소화한 적은 없었다. 실제 이해되지 않았기에 최대한 인물에 ‘동조’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는 물음표는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복수를 해야만 했었나. 나도 상처받았으면서 남한테 상처를 줬어야 했나”였다.

“새로운 것을 데뷔 20년 만에 했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자 모험의 시작인 듯해요. 보통 작품 이 끝나고 나면 연기자들끼리 헤어지곤 하는데 이번엔 다 같이 모임을 이어갈 정도로 끈끈한 정이 생겼어요. 배우도 일종의 직장인이지만 인연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은데 ‘금이야 옥이야’를 통해서 이런 면도 있을 수 있구나 배웠어요.”

성격이 먼저 다가서질 못한다. 누군가와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선배 배우들이 먼저 다가와줘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아버지 동규철 역 최종환은 세트장에서의 호흡 등을 디테일하게 알려줬다. 선배들의 쏟아지는 조언 덕에 무리 없이 잘 마칠 수 있었다고 배시시 웃는다.

무엇보다 일일극 출연을 가장 기뻐해 준 이는 어머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전원일기’ ‘보고 또 보고’ 등 일일극을 함께 시청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드라마를 보면서 극중 인물처럼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최근 부모님 댁에 갔는데 ‘전원일기’를 다시보기로 시청하시면서 “지금 봐도 재밌다”고 해 다함께 웃었다.

"부모님이 제1호 팬이자 늘 든든한 지원군이세요. 항상 절 믿어주세요. 전혀 잔소리를 안 하시죠. 알아서 자기 인생 개척하겠거니 여겨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사진= 최은희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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