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금토 드라마 ‘굿와이프’의 로펌 MJ 조사원 김단(나나). 6일 방송에서 그녀의 감춰진 실체가 밝혀졌다. 과거 이태준 검사(유지태)의 내연녀였음이 드러났다. 1회부터 화제가 됐던 김단이란 인물은 그간 국내 드라마에서 접할 수 없었던 캐릭터다. 그녀가 특별한 이유 4가지.

 

 

하나. ‘미모와 능력’ 동시패션

한때 검찰 수사관으로 일했으나 이태준 검사에게 해고당한 뒤 로펌 MJ에 입사했다. 절로 뒤돌아보게 만드는 미모에 비상한 두뇌회전과 빠른 상황 판단력으로 판세를 읽을 줄 안다. 신입 변호사 준호(이원근)의 더티 플레이를 무심하게 비판하고, 증언석에 앉아 담당 판사의 아킬레스건(성적 취향)을 건드리며 협박한다. 대립관계인 최상일 차장검사(김태우)와 태준 사이에서 권력의 줄타기를 한다. 신 아니 작가는 공평(?)해서 미모의 여주(혹은 두 번째 여주)에게 웬만해선 미모와 능력을 동시에 주지 않는데 김단은 그 2가지를 갖췄다.

 

둘. ‘양성평등’ 팜므파탈

원작 미국 드라마에서 김단 캐릭터는 양성애자로 그려진다. 국내판에선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으나 그럴 가능성을 내비쳤다. 방대한 인맥을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족집게처럼 쏙쏙 빼내오는 그녀는 고급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남자든 여자든 상대와의 잠자리조차 개의치 않는다. 검찰 근무 당시 '김지영'이란 가명으로 정보를 외부에 팔아치우는 행각이 발각된 뒤 이태준의 강요에 의해 내연 관계를 맺었으나 구질구질하게 연정을 나누진 않는다. 기브 앤 테이크, 딱 거기까지다. 또한 거리낌 없이 담배를 태우고, 잠긴 문도 잘 따고 들어가며 현장 증거물까지 슥슥 훔친다.

 

셋. 선악, 강약의 틀에서 해방

한 톨의 감정조차 내비치지 않는 김단이 유일하게 무장해제하며 진심을 드러내는 상대가 진정성으로 세상과 맞장 뜨는 변호사 김혜경(전도연)이다. 하지만 김혜경은 태준의 굿 와이프다. 김혜경을 바라보는 김단의 눈빛은 복잡미묘하다. 피하고 싶은 상대를 마주한 뒤 아낌없이 조력하는 그녀의 행동에 대해 검사 도섭(전석호)은 “죄책감이냐”고 묻는다. 이에 “착한 사람이다”란 이유만 들고 입을 다문다. ‘얼음마녀’처럼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지만 약자, 연대할 만한 대상을 바라보는 눈빛은 늘 따뜻하다. 김단은 기존 선악, 강약의 캐릭터 패러다임에서 자유롭다.

 

 

넷. 진화한 여성주의 캐릭터

아무리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로 출발한다 하더라도 극이 진행되며 남자, 사랑, 가족에 발목 잡혀 독립성을 저당 잡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초반 돌풍을 일으키던 ‘굿와이프’가 마니아들의 쓴 소리를 듣게 된 이유도 김혜경이 남편 태준, 친구 중원(윤계상)과 3각관계에 빠져들며 갈팡질팡하면서부터다. 감정을 소모하는 법 없이 자신과 일에만 집중하는 김단은 적어도 이런 우려에 휘말려들 것 같진 않아 보인다. 그녀는 지독한 개인주의일까, 진화한 여성주의 캐릭터일까. 작가 손끝의 향방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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