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최근 일본 영화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화두는 바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상흔이다. ‘키리에의 노래’에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저마다의 ‘상실’을 경험한 바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진=미디어캐슬
사진=미디어캐슬

이와이 슌지 감독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재해가 일어난 하루보다 그 이후의 긴 시간동안 일본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오늘까지 왔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키리에의 노래’가 나온건 2023년인데 제 나름대로 이 세상을 바라보며 걸어온 것같은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긴 여운을 남기는 ‘키리에의 노래’ 결말은 이와이 슌지 감독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의 연장선이자, 관객에 대한 감독의 태도가 담겨 있었다. 

“(엔딩에서) 키리에의 일상이 보여지게 되는데요.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키리에의 일상은 별로 보여지지 않았다고 생각됐어요. 마지막에 어떤 식으로 이 아이가 살아가고 여행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면서, 영화를 보신 분들을 여운과 함께 일상으로 돌려보내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가 진짜 그리고자 한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훌륭한 장소를 걷거나 성공을 이루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이 장소를 걷고 있다는게 이 영화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마지막 엔딩에서 그것들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프로가 되어서 성공하는 것만이 이 영화의 엔딩일까 싶었어요. 사회와 업계의 인정을 받는 것도 좋은 일일 수 있겠지만 그것이 이 소녀에 대한 정답일까라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습니다. ‘키리에의 노래’는 성공하는 이야기는 품고 있지 않습니다”

사진=미디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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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시간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이어온 이와이 슌지 감독에게도 ‘키리에의 노래’는 특별한 작품이었다. 그는 “제가 했던 그 어떤 영화보다 많은 리뷰를 받아본 거 같아요”라고 운을 뗐다.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화를 본) 다음 날에도 이 영화에 대한 생각이 나서 울고 있다는 리뷰가 기억나요. 이렇게까지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영화를 만들지 않았는데 싶었어요(웃음). 그리고 제가 감수성이 옅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에는 영화를 보고 다음날까지 그 여운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잘 없어서요. 관객 분들이 순수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제 나이가 되고 보니 너무나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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