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을 자부하는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마침내 질곡의 역사를 끝냈다.

LG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23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t wiz를 6-2로 제압해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한 1994년 이래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정상 탈환이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1998년,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1999년에 각각 도입됐으니 LG는 현재 프로야구의 근간을 이루는 두 제도 시행 후 처음으로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다.

1994년 우승 당시엔 외국인 선수가 없었으나 올해에는 '잠실 예수' 케이시 켈리와 LG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어낸 오스틴 딘이 우승의 주역으로 기념사진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파란만장한 세월이었다. 다른 구단보다 돈을 적게 쓰는 것도 아니고, 티가 나게 잘 못 쓰는 것도 아니었건만 한국시리즈는 쌍둥이를 30년 가까이 외면했다.

올해도 출발은 좋지 못했지만 완전체를 이룬 6월 27일 이래 내내 1위를 달려 결승선을 가장 먼저 끊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관리 야구로 염경엽 감독은 투타의 전력을 튼실히 채웠다.

정우영, 고우석에게 의존하던 필승 계투조에 백승현, 유영찬, 김진성, 함덕주라는 새로운 얼굴이 가세했고, '벌떼 불펜'은 한국시리즈에서 맹위를 떨쳤다.

발 빠른 신민재는 일취월장한 타격 센스로 LG의 주전 2루수로 도약했고, 열사의 땅 미국 텍사스주에서 온 오스틴은 홈런 3위(23개), 타점 3위(95개)에 오르며 LG 외국인 타자 흑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염 감독의 철저한 준비, 선수들의 잠재력 폭발이 어우러져 LG는 정규리그 4위로 밑에서부터 올라온 2002년에 이어 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체력 고갈로 고전했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한국시리즈 직행팀의 체력 우위와 1등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드디어 챔피언의 영광을 안았다.

10년의 암흑기 이후 10년의 체력 다지기로 LG가 다시 한국프로야구의 중심에 섰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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