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과학·기술 등 전세계 각국의 문물이 모이는 엑스포(세계박람회)는 지구촌 행사다.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불린다. 일본의 오사카와 중국 상하이는 엑스포를 거쳐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29일 새벽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9표를 획득했다. 165개 참가국 가운데 119표를 쓸어담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크게 뒤졌다. 투표 전 정부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2차 결선 투표에서 리야드에 역전을 자신했으나 1차 투표조차 넘지 못했다.

정부의 취약한 외교력과 정보력을 비롯해 지난 8월 세계잼버리 대회에서의 부실한 행사 준비, 지난해 이태원 참사 등도 엑스포 유치 실패에 작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엑스포 유치를 위한 최종 프리젠테이션 영상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해당 영상은 약 33초 분량으로 기회 1번인 부산을 의미하는 '숫자 1'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지난 2012년 국내외에서 히트를 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필두로 지휘자 정명훈과 성악가 조수미, 뮤지컬배우 김준수(동방신기), 아이돌그룹 드림캐쳐·제로베이스원·몬스타엑스·샤이니 태민 등이 차례로 등장해 “당신의 선택(Your Choice)”이라는 구호를 외친다. 말미에는 세계적으로 흥행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배우 이정재가 등장해 같은 구호와 손동작을 반복한 뒤 “부산 이즈 레디”를 힘줘 말한다.

사진=SBS 방송화면 캐버
사진=SBS 방송화면 캐버

반면 부산과 관련한 장면이 등장하는 건 9초 남짓이다. 광안대교 전경과 부산 불꽃놀이 장면, ‘부산에서 다시 만나요’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시민들 모습이 잠깐 나오지만 개최 장소의 서사가 부각되진 않는다. 부산이라는 도시의 특색과 매력, 특별한 메시지를 담는 대신 해외에서 인기 있는 K-팝스타 '영상편지'를 띄운 꼴이다.

이날 새벽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2030 엑스포 한국 최종 PT 풀영상 아래와 여러 커뮤니티에는 "PT 수준이 유치원 학예회보다 못하다" "부산에서 하는데 (서울의) 강남스타일을 틀고…진짜 일반 기업이 해도 이거보단 나았겠다" “이건 아재가 아니라 할재(할아버지) 수준 감성” “아이돌과 연예인으로 도배한 것은 무슨 생각인가?"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개화기 서구문물을 처음 받아들인 무역항의 역사, 28년의 숨결을 자랑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지난해 부산을 보랏빛으로 물들인 '21세기 팝 아이콘' 방탄소년단의 엑스포 유치 기원 'Yet to Come' 콘서트 등 유의미한 소재를 스킵해버린 느낌이다. 

반면 '탄소 네가티브' 엑스포를 강조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영상은 멋진 풍경이 배경으로 펼쳐졌다. 리야드 도심에 여의도 16배 규모(16만㎢)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킹 살만 공원을 만들어 생태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막 속 정원'이라는 리야드의 유래와 도시·지역간 지속가능한 미래를 개척한다는 국가 비전을 담는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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