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아온 배우 이선균(48)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우리 사회에 쉬 잦아들지 않는 충격파를 그리고 있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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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드문 동굴 목소리와 정돈된 연기력을 지닌 '신뢰 아이콘'의 마약 혐의는 지난 10월 경찰 내사 단계부터 이례적으로 외부에 유출돼 놀라움을 안겼다. 아카데미 4관왕 '기생충'으로 연기 인생에 정점을 찍은 인기배우의 마약 연루 의혹은 즉시 언론과 온라인에 일파만파 퍼져 입방아에 올랐다.

그런데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떠나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의사실이 무분별하게 공개되고, 이를 언론이 실시간 중계하고, 유튜버·블로거 및 극성 소비자들이 SNS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했다. 법적인 판결이 나기도 전에 인격 살해된 당사자는 결국 극단의 선택을 했다. '비극적인 공식' 전 과정을 대중이 고스란히 목격했다.

고인은 지난 10월부터 무려 3차례나 '포토라인' 앞에 섰다. 특히 숨지기 나흘 전 마지막 조사를 앞두고 변호인을 통해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사건 관계인을 미리 약속된 시간에 맞춰 포토라인에 세우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수사공보 규칙을 어기고 거부한 사실이 드러나 입길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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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다. 수사 주체인 검경의 피의사실 유포는 명백한 범법 행위임에도 대놓고 혹은 언론과 짬짜미하며 은밀하게 자행되고 있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 유력 정치인부터 경제인, 연예인, 일반인 등 대상을 가리지도 않는다.

법 집행은 엄격해야 하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의자 인권보호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망신주기식, 압박용 피의사실 공표는 더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법적,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언론 역시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진실을 좇는 직업의식의 자리에 '관계자 전언 및 인용보도'란 비겁한 핑계와 '클릭 장사'의 속물근성을 채워넣었다. 여기에 자극적 보도 경쟁이 부채질을 한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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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편 채널은 유족이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버젓이 유서를 공개했다. 공영방송사는 혐의 입증과 전혀 관련 없는 사생활이 담긴 통화 녹취록을 방송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유튜브와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변화한 정보 유통 경로로 인해 극단적 폭로와 마녀사냥이 과거보다 훨씬 더 심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씨가 숨지기 바로 전날에도 한 유튜브 채널은 '충격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사적인 녹취록을 보도한 바 있다. 

또다른 피해를 막기 위한 사전 제동 장치와 사후 처벌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의 자정 움직임이 절실하다. 그나마 망자가 '편안함에 이르도록' 하는 산자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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