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생 X세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연설에서 ‘동료시민’이란 표현을 여러 차례 입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여의도 사투리'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해서인지 이후에도 빈번하게 사용 중이다. 새해 첫날인 1일에는 "100일 남은 국민의 선택을 앞두고 동료시민에 대한 계산 없는 선의를 정교한 정책으로 준비해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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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의 대통령이나 당 대표들은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이란 표현을 주로 구사했다. 유독 DJ는 '사랑하는(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을 즐겨 사용했다.

'동료'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직장이나 같은 부문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이다. 국민이 주인인 국가에서 권한을 위임받은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동료시민'이란 표현을 쓰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한 논란도 있을 법하다. 더욱이 시민은 행정단위 구성원이므로 국민과 동일 개념으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핵심 지지층인 강성 보수층을 겨냥한 언어가 아니냐는 삐뚜름한 시선도 존재한다. 제1 야당인 민주당,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운동권과 '개딸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에선 낯설지 않은 수사라며 "신선하다"는 반응도 자리한다. 미국 대통령들은 연설에서 ‘나의 동료 시민들(my fellow citizens)’이라고 즐겨 썼다. 특히 케네디 대통령은 "국가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달라"며 '동료시민'에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헌신을 요구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동료시민' 강조에 대해 "전체주의와 일방주의적 색채가 강한 '국민'이라는 단어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라면 단어를 쓰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하수인처럼 행동하거나 전체주의·일방주의를 대변하는 모습으로 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친숙한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이건 생경한 '동료시민'이건 형식이 절대적이진 않을 터다. 다만 치열하게 싸우기 위한 용기와 헌신의 타깃이 우리 사회에서 '한물 간' 86세대 운동권의 그늘이 아닌 민주공화국 구성원들의 리얼 고통으로 0점 조준돼야 하지 않을까. 2024년 벽두, 일반 시민들은 공정과 상식의 붕괴, 숨통을 옥죄는 민생에 버거워하고 있다. '여의도 사투리' 여부 따위엔 별반 관심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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