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작품 속 배우 김미경과 일상에서 마주한 인간 김미경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엄마’ 배역에서 오는 느낌이 짙은 이유도 있지만, 스쿠버 다이빙과 드럼을 즐기고 ‘멜로 연기는 끌리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반전 면모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어쩔 때는 한없이 따뜻하지만 무뚝뚝하기도 한 입체적인 ‘엄마’ 캐릭터는 그의 시원시원하고 다채로운 일상에서 나온 것처럼 보인다. 

김미경은 다양한 취미 생활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쉬는 사이에 내가 하고 싶은 걸 혼자서 마음껏 즐긴다. 다이빙도 그 중 하나고 악기를 치거나, 여행을 혼자 가거나”라며 “오롯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만끽하고 즐기는 시간이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아도 되지 않나”라며 오랜 배우 생활 동안 터득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인상을 남겼다. 

몸이 특화되어 있다고 느낄 정도로 스케줄이 거뜬하다는 김미경은 “원래는 운동 선수가 꿈이었다. 어머니께서 운동은 곧 다치는 일이라고 생각하셔서 못하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 꿈을 접고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는데 어떤 것도 ‘내 옷’이라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헤매던 차에 아는 분이 극단 열무로 이끌어 주셨다”라며 “그때 연극 ‘한씨연대기’를 보고 우리의 정서, 한이 담긴 그 작품을 보고 연기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연기를 이어온 걸 보니 제 옷을 찾은 것 같다”라며 연기를 시작하게 된 첫 순간을 꼽았다. 

대배우를 다수 배출한 연우무대 출신인 김미경은 첫 작품 ‘한씨연대기’에서 1인 13역을 해낸 적도 있다고. 데뷔 당시를 회상하던 김미경은 “연기를 한 번도 안 해봤어서 그때는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연우무대 시절이 익숙해져서 그런지, 다른 연기자분들은 ‘다른  작품을 신경 쓰면 집중이 흐트러져서 못해’라고 하는데 저는 하나만 하면 더 게을러진다. 다른 인물들을 같이 연기하면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라며 다작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배경을 돌아보기도 했다. 

“저에게 들어오는 역할은 보통 엄마가 90%를 차지한다”라고 말한 김미경은 “다른 것들도 해보고 싶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주로 그런 역할을 맡는다. 어떤 기준을 갖고 대본을 보기보다 내가 만나는 인물들은 어차피 처음 만나는 인물일 테니 비중이 어떻든 연기자라면 이 역할들을 다 해내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라고 단언했다. 

언제부터 엄마라는 배역을 주로 연기하게 되었을까. 출발점은 20여년 전 작품 ‘햇빛 쏟아지다’였다고. 그는 “마흔이 갓 넘었는데 류승범 씨 엄마를 연기하라고 하더라. 연극하던 스물 여덟 살쯤에 80살 넘은 할머니도 했었고 연기자가 제 나이만 할 수 는 없어서 도전했다”라며 “그 이후로 약속이나 한 듯이 엄마 역할이 계속 들어오더라. 다른 것들에 연연하지 않고 내 일, 내 직업을 열심히 해내면 자연스럽게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다”라며 오랜 연기 생활 비결을 밝혔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호평 받고 있기에 다른 배역에도 호기심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김미경은 “아주 극단적인 것도 좋고, 장르물, 느와르도 좋다.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남겼다. 또한 “귀신이어도 상관 없다. 살인마 같은 캐릭터도 있고. 그런 것들을 못해본 갈증이 있다. 잘할 자신 있다”라며 다양한 역할을 향한 열정을 털어놨다. 

‘이재, 곧 죽습니다’, ‘웰컴투 삼달리’ 등 바쁜 일정이 끝났지만 다시 신작에 들어갔다. 드라마 ‘밤에 피는 꽃’에서 시어머니 유금옥 역을 맡은 그는 “전형적으로 옛날 며느리를 휘어잡는 시어머니이기는 하지만 살짝 허당이다. 전통을 고집하지만 허당인. 나쁜 시어머니만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라며 관전 포인트를 짚기도 했다. 

끝으로 ‘국민 엄마’ 김미경은 배역을 소화할 때 가장 주목하는 점을 꼽았다. 그는 “엄마라는 인물에 자식을 향한 내 마음을 고스란히 넣으려고 노력한다. 저도 엄마이기에 그 배역을 할 때 진심으로 엄마의 마음을 담는다”라고 말해 감동을 남겼다. 

 

사진=씨엘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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