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혁신으로 가득한 스타트업. 그 역동성을 이끌어 가는 숨은 영웅, ‘다크나이트’들이 품은 이야기를 여러분의 사이드킥 ‘로빈’이 속속들이 소개합니다.

오늘의 다크나이트: 딜라이트룸 IT 제품 기획자 박상욱(왼쪽)과 IOS 개발자 이준원(오른쪽)
오늘의 다크나이트: 딜라이트룸 IT 제품 기획자 박상욱(왼쪽)과 IOS 개발자 이준원(오른쪽)

2022년 12월, IT 제품 기획자 박상욱은 퇴사를 결심했다. 프로젝트 매니저(PM)로서 준비한 신사업 기획안을 발표하는 자리가 도화선이었다. "좋기는 한데, 이 서비스로 1년 안에 유저 백만명 모을 수 있겠어?". 몇 달간 마음속에만 품던 생각이었지만, 발표를 마치고 윗선에게 들은 피드백이 그를 움직였다.

굴지 IT 대기업 카카오 계열사로서 이름값, 넉넉한 복지와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워라밸'까지 박상욱은 꽤 많은 혜택을 포기하고 결정을 내렸다. 어렵게 입사한 회사였지만 3년을 채 버티지 못했다.

당시 그는 러너(Runner)들을 이어주는 소셜 앱을 기획하고 있었다. 흔히 러닝은 혼자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러닝 마니아 20명 남짓을 인터뷰하며 들은 이야기는 달랐다. 꼭 동호회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러너들은 서로를 의식하고 있었다.

사이먼 사이넥(사진 위)과 그의 '골든서클' 이론
사이먼 사이넥(사진 위)과 그의 '골든서클' 이론

같은 시간대에 보이는 사람들을 은연중 동료로서 혹은 경쟁자로서 생각했고 이들에게서 의욕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또다른 문제다. 박상욱은 러너들이 서로에게 갖는 은밀한 동료애를 확장하고 싶었다. 이들이 앱으로나마 자유롭게 소통하고 경쟁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가 6개월간 밤낮으로 기획한 서비스는 많은 러너들에게 공감을 샀음에도 결국 반려되었다. 빠른 시일 내 사용자 수백만을 유치하기에는 타겟이 협소하다는 비판이 따랐다.

그는 '골든 서클 이론'을 바탕으로 기획을 하고 싶었다. 리더십을 연구하는 경영 컨설턴트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이 2009년 주장하며 화제를 몰았다. 첫 등장 후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획자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딜라이트룸 IT 제품 기획자 박상욱
딜라이트룸 IT 제품 기획자 박상욱

사이먼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존재하는 이유(WHY)를 먼저 도출하고, 존재 이유를 어떻게(HOW), 무엇(WHAT)을 통해 충족할지 결정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은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한다.

그는 이 부분을 꼬집었다. 그가 말하는 WHY는 본질적으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개인의 신념이나 철학에 불과하지만, 비슷비슷한 제품 사이에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가치로서 작용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골든 서클 이론을 따르지는 않는다. 특히나 자본력을 활용한 고속 성장을 추구하는 카카오였다. 서비스를 출시할 때에도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간을 들이기 보다는 빠르게 시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M&A를 통해 진입하는 방식을 즐겼다. 야놀자, 쿠팡 등 많은 스타트업 후배들이 이런 성장 공식을 따라 ‘유니콘’이 되었다.

2023년 1월, 박상욱은 딜라이트룸에 입사했다. 알람앱 '알라미' 하나 만으로 수백억 매출을 내는 회사다. 2023년 기준 매출 240억원, 영업이익 131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창립 8년만에 백억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2년만에 두배 가까이 성장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알람이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거대한 성과를 내는 기업으로 정평이다.

회의중인 딜라이트룸 개발자들
회의중인 딜라이트룸 개발자들

"딜라이트룸에서는 아무도 '그냥' 일을 하지 않아요. 꼭 물어봐요. '왜 해야 돼요?'. 이게 너무 당연해요. 서로 기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왜 그 일을 해야 되는지 알고 싶은 거예요. 그러면 더 잘할 수 있잖아요. 기획자는 문제를 정의하는 일을 하니까 그렇다고 쳐도, 디자이너나 개발자들까지 기획자만큼 일에 대해 주인 의식을 갖고 있어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시너지를 내면서 문제 해결을 더 잘할 수 있게 되죠."

카카오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큰 그물을 던지는 고깃배라면, 딜라이트룸은 낚시대, 미끼, 캐스팅 포인트를 정교하게 설정해 원하는 종을 낚아내는 낚시꾼으로 비유할 수 있다.

50명이 채 되지 않는 소규모 조직이지만 이들이 개발하는 서비스는 97개국에서 유통되고 누적 다운로드는 7500만에 달한다. 성공 요인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가치는 WHY에 입각한 사고방식이다.

딜라이트룸 존재 이유는 ‘사용자의 성공적인 아침’이다. 모든 업무는 이 목적을 실현하는데 일조해야 한다. 조직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올바른 경로로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점검한다.

수면 상태 분석부터 미션 알람까지, 사용자의 성공적인 아침을 돕는 알라미
수면 상태 분석부터 미션 알람까지, 사용자의 성공적인 아침을 돕는 알라미

모든 부서가 오차 없이 한 과녁을 향하려면 투명한 소통이 필수다. 딜라이트룸 팀원들은 매주 다양한 미팅에 참여한다. 팀과 그룹 단위 미팅, 그리고 전직원이 참여하는 타운홀 미팅이다.

이 과정에서 딜라이트룸 조직원들은 각자 업무 현황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교환한다.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과제가 남았는지, 혹시나 불필요한 업무에 자원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는지 확인한다. 이 모든 과정은 서로 끊임없이 WHY를 물으며 진행한다.

그렇게 개발한 기능이 ‘미션 알람’이다. 스쿼트, 수학문제, 퍼즐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야 비로소 알람이 꺼진다. 일반적인 알람으로는 도저히 아침을 맞이할 수 없는 이들은 자신을 집요하게 깨워주는 알라미 기능에 열광했다.

딜라이트룸 IOS 개발자 이준원
딜라이트룸 IOS 개발자 이준원

최근에는 ‘수면 분석 기능’을 추가했다. 별도 장비 없이 휴대폰 마이크 센서만으로 사용자 호흡 패턴을 분석해 잠을 얼마나 제대로 잤는지 측정한다. 성공적인 아침을 위해 수면 전반을 관리하려는 의도로 개발했다.

“그런데 사실 초창기 딜라이트룸에서는 미팅을 한번 하고 나면 ‘상처받은 돌고래들’이 많이 생겨났어요”.

2018년 IOS 개발자로 딜라이트룸에 입사해 현재는 테크니컬 프로덕트 매니저(Technical Product Manager; TPM)를 맡아 모든 개발을 총괄하는 이준원은 지금 딜라이트룸이 이룬 건설적인 소통 문화가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몸소 경험했다.

②에서 이어집니다

글·사진=객원에디터 김민호 mino.proz.p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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