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새로운 시도로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는 정선아가 뮤지컬 ‘드라큘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정선아는 2022년 딸을 출산한 이후 창작 초연 뮤지컬 ‘이프덴’으로 복귀에 성공, 한 여성의 삶과 선택을 유쾌하게 전해 울림을 남겼다. 이어 지난해 국내 초연인 ‘멤피스’로 파워풀한 에너지를 쏟아내 시선을 사로잡고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들어올렸다. 

2002년 18세에 ‘렌트’로 데뷔한 이후 현재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야말로 한국 뮤지컬계의 독보적인 여성 배우다. 

30일 싱글리스트와 만난 정선아는 복귀작 ‘이프덴’을 두고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렇게까지 도전을 해야 하나?”싶기까지 했다며 “작품이 너무 좋아서 놓치기 싫었다. 뮤지컬에서는 저도 한 체력 하는데 출산 후에는 신체 변화에 걱정이 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품에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가 있더라. 이 작품을 언제 해보겠나 생각했다. 결혼과 출산 직후 39세였던 그 시점에 ‘이프덴’을 내가 아니면 누가 할까 싶었다”라며 대본을 보자마자 느꼈던 확신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각자 배우들의 ‘인생 캐릭터’가 있지 않나. 저에게도 ‘위키드’의 글린다나 ‘아이다’의 암네리스가 있었다. ‘이프덴’의 엘리자베스는 인생 2막의 캐릭터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라고 말했다. 

뮤지컬 ‘이프덴’은 새 삶을 살기 위해 뉴욕에 온 엘리자베스의 선택에 따라 ‘리즈’와 ‘베스’로 삶이 달라지는 과정을 담은 여성 서사극이다. 주인공은 한 명이지만 결국 세 사람의 변화를 모두 보여줘야 하는 셈이다. 높은 넘버와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에 관객들 사이에서도 난이도 높은 극으로 회자된다. 

정선아는 “지금까지 만나본 것중에 가장 어려운 음악이었다. 일반적으로 배웠던 박자가 아니라서 공연 중에 실수도 하고 자괴감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라며 고단했던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까도 걱정이었다. 캐릭터도 특별했고 여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하고 보여준 작품도 많지 않다. 혹시 ‘예전보다 못하던데’, ‘아이 낳고 오니 별로’ 이런 이야기를 들을까봐 정말 부단히 노력하고 고민했다”라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 많이 바뀌었다. 사람에 대한 연구도 더 하고 작품 고르는 생각과 자세도 달라졌다”라며 “전에는 귀에 딱 꽂히는 음악과 아리아를 생각했다면 지금은 캐릭터의 이야기를 잘 전할 수 있는지를 본다. ‘이프덴’이 오픈했을 때 공연을 보고 인생의 목표나 선택에 변화가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라는 일화를 전하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정선아는 “임신 때부터 레슨을 꾸준히 다녔다. 한 만큼 보상 받으려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좋아서 더 행복하더라. ‘멤피스’도 큰 도전이었다. 예전만큼 춤 출 수 있을까, 뛸 수 있을까 했지만 공연하면서 내내 웃음이 났다”라고 말했다. 

사진=팜트리아일랜드
사진=팜트리아일랜드

18세의 어린 나이에 데뷔해 지금까지 달려온 정선아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다고. 그는 “지금은 그저 감사하고 행복하다. 예전에는 내가 너무 원했던 뮤지컬 배우의 꿈을 덜컥 직업으로 갖고 살다가 28살쯤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현실에서 탈피하고 싶더라”라고 복기했다. 

이어 “술도 서른이 넘어서 처음 배웠다. 노래를 하는 사람이라 술 마시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 때도 목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큰 소리를 낼 수 없었다”라며 철저했던 자기 관리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잘 생각해보니 감사함이 없었다. 자존감은 높은데 내가 일찍 갖게 된 것을 위해 남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열심히 달리는지 몰랐던 것 같다”라며 “정신이 확 차려지더라. 그때부터 꾸준히 봉사 하고 재능 기부도 하면서 오히려 봉사 받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그러니 인생이 너무 행복해졌다”라며 웃었다. 

‘이프덴’을 통해 관객과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는 짜릿함을 깨달았다는 정선아는, 끝으로 “코로나 같은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라면 무대 위에서 끝까지 책임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배우. 요즘 티켓값이 올라서 두세 번 볼 것도 많이 못 본다고 하시더라. 그만큼 한번 보실 때 멋진 컨디션으로, 아깝지 않은 공연을 보여드려야겠다”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사진=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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