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감독 경질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사과에도 이른바 '탁구게이트' 후폭풍이 잦아들줄 모르고 있다. 특히 사건 발생 다음날인 7일 열린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 관련 동영상과 경기 데이터가 속속 공개되며 축구팬들 사이에 분노의 역주행 및 무한 반복재생 양상이 벌어지는 중이다.

사진= X 캡처
사진= X 캡처

먼저 16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손흥민 손가락 골절 다음날 이강인, 설영우, 정우영'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영상에는 전날 탁구를 치려다 주장 손흥민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이강인(22·파리생제르맹)과 설영우(25·울산), 정우영(24·슈투트가르트)이 경기 전 물병을 던져 세우는 물병 놀이를 하고 있다. 주변에는 선수들과 취재진, 대표팀 및 대회 스태프들이 오가는 중이었다.

첫 번째 시도에선 세 선수 모두 실패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설영우가 물병 세우기에 성공했다. 그는 양팔을 뻗어 댑 동작 세리머니를 했다. 곧이어 이강인도 성공했지만, 정우영은 실패했다. 이강인과 설영우는 정우영에게 다가가 볼에 딱밤을 때렸다.

해당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팀 분위기 다 망쳐놓고 희희낙락 물병게임 실화냐" "놀러왔나. 국가대표가 장난인가" "주장이 다쳤는데 이게 무슨 짓인가" "중요한 경기가 코앞인데 저러고 노는 게 가능한가" "고참들 눈치도 안보고 경기 전날 분위기 망치고 주장 다치게 한 거에 대한 반성도 없나 보다"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날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강인이 손흥민에게 삐져서 한 플레이'라는 제목의 글이 영상과 함께 공유됐다. 논란이 된 부분은 요르단전에서 1-0으로 한국이 뒤지던 상황에 추가 실점하는 장면이었다.

의혹을 제기한 축구팬 A씨는 "황인범이 이강인에게 패스했고 이강인이 (공을) 받을 때 좌측 손흥민을 포함해 3명이 있었고 패스할 여유도 있었다"며 "그런데 이강인은 좌측으로 패스를 보내는 게 아니라 갑자기 우측으로 드리블했다. 우측에는 선수가 별로 없어 정말 의미 없는 플레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강인이 우측으로 드리블하다 막혔고 요르단 수비 3명을 다 끌어모은 상황에서 바로 뒤 황인범에게 책임전가 백패스를 했다"며 "이후 황인범이 요르단의 알타마리에게 공을 빼앗겼고 알타마리가 혼자 드리블해 중거리 슛으로 득점, 한국과 2점 차를 만들었다"고 했다. 

영상을 접한 다수의 누리꾼들은 이러한 의혹에 동의했다. 한 네티즌은 "황인범이 손흥민 쪽으로 패스하라고 가리켰는데 이강인은 끝까지 안 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싸울 순 있지만 경기에 감정을 드러내는 건 선수로서 자격미달이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런 의심은 이날 경기의 패스 횟수 비교에서도 드러난다. 손흥민은 동료들을 향해 34차례 패스를 했는데 그중 가장 많이 뿌린 상대가 이강인(10회)이었다. 연계 플레이를 하려고 애쓴 것이다.

반면 이강인은 55번의 패스를 했는데 월드클래스 스트라이커이자 피니셔 손흥민에게 단 3번의 패스만을 건넸다. 전반전에는 0회였고, 후반전에서 '손흥민존'이라 불리는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의 패스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1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7일 한 네티즌이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올린 요르단전 종료 후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영상에는 손흥민과 이강인의 모습이 담겼다. 두 사람은 마주보는 방향으로 서있다. 이강인은 벤치를 등졌고, 손흥민은 벤치 쪽을 바라봤다.

사진=X 캡처
사진=X 캡처

손흥민은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다. 카메라를 등진 상태라 앞모습이 보이진 않지만 다친 손가락을 만져보는 듯했다. 다른 방향에서 찍힌 영상에선 충격적인 패배에 울음을 애써 참으며 손가락에 감긴 테이프를 뜯어내고 있었다.

이강인은 양손을 허리에 짚은 채 숨을 고르며 서 있다. 두리번거리던 중 손흥민을 잠시 바라보기도 했으나 이내 다른 쪽으로 시선을 옮겨버렸다. 위로의 포옹이나 말 건네기따윈 일체 없었다.

경기 중 손흥민이 이강인을 향해 두 손을 들어올리며 "강인아! 잘 하고 있어"를 외치던 모습이 포착됐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이강인은 멀지 않은 거리에 있던 손흥민과 끝내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손흥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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