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때 과학학원에 다녔는데 선생님이 ‘고교 진학하면 수능 준비에 올인해야 하니 지칠 때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건 꿈’이란 말씀을 해주셨어요. 순간 배우가 떠올랐어요. 당시 드라마 ‘공부의 신’ ‘드림하이’를 공감하며 재미나게 시청했거든요. 친구들 앞에서 극중 인물들을 따라서 연기하곤 했었고요. 그때부터 배우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부모님의 반대에 부닥쳤다. 일보 전진을 위한 잠시의 후퇴. 고2 때 편지를 써서 드리자 그제야 마음을 열고 연기 입시학원 등록을 허락했다. 열공 끝에 성균관대 연기예술학·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입학했다. 가수 겸 배우 차은우가 1년 후배다.

2019년 독립영화 '술래'로 데뷔했다. BL 웹드라마 '밥만 잘 사주는 이상한 이사님'에서 비운의 신입사원 설동백 역으로 분해 안정적인 연기력을 뽐냈다. 이외 독립영화와 CF, 폴킴 '우리 만남이', 이무진 '담아 갈게'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대학 마지막 학기에 상업영화 데뷔작 ‘디어엠’을 촬영했다. 아직 개봉되질 않아 아픈 손가락이다. 단호하고 냉정한 응원단장 김원준 역을 맡았다. 주연인 배우 노정의의 응원단 스토리가 펼쳐질 때 등장한다.

“독립영화 ‘킬링톡’부터 OTT 오리지널 ‘킬러들의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겹치는 장르나 캐릭터가 없으니 경험을 잘 쌓았온 거 같아요. 올해 공개 예정인 티빙 드라마 ‘리얼메이트’에서는 자유로운 영혼이면서 본능적이고 늑대같은 성향의 학생을 연기했어요. 눈빛이 쌔하고 무언가 일어날 거 같은 기운을 지닌 악역이라 매력적이에요.”

박정우는 촬영을 여행으로 여긴다. 일상에선 박정우이지만 촬영장에선 다른 인물의 이름과 옷을 입고,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기 때문이다.

“극으로 여행 떠나는 느낌이에요. 보통 여행지에서 오래 있고 싶잖아요. 촬영이 길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마음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촬영 현장은 내 방과 같았으면 해요. 긴장하고 눈치 보다 보면 생각한 걸 꺼내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 방처럼 편한 공간이 돼서 제가 상상하는 대로 모든 걸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거든요.”

그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는 주관과 고집을 지닌 자다. 감독의 지시대로만 연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사고를 공유하면서 배우의 색이 작품에 더 잘 묻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지향한다. 궁금증을 일으키는 배우가 되고프다.

“친구한테 들은 제 성격은 ‘되게 나른하다’예요. 잘 웃고 밝은 스타일이에요. 긍정적이고 독특해서 피터팬 같단 얘기도 듣곤 해요. 이번에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만난 이동욱 선배님이 롤모델이에요. 말수 적고 섬세하게 주변을 관찰하는 점이 비슷해요. 인물에 오롯이 감정 이입하며 따라가는 선배님과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에필로그] 날 좋을 땐 집 앞 산에 가는 걸 즐긴다. 산에서 오디션 연습도 해보고, 촬영하면서 놓쳤던 건 뭐였을까 복기하기도 한다.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고라니나 거미를 보면서 즉흥 대사를 쳐보기도 한다.

요즘엔 ‘중경삼림’ ‘타락천사’와 같은 1990년대 홍콩영화를 즐겨 본다. 옛날 명작들을 챙겨보려고 하는 편이다. 또한 요리가 취미라 매일 부모님께 대접해 드린다. 유튜브 채널 ‘요리하는 박정우’를 개설해 요리와 일상을 올리곤 한다. 현재 20편 정도 업로드했는데 구독자 수가 400명에서 최근 1만명으로 확 늘었다. ‘좋아요’와 ‘구독’ ‘알림설정’ 요청을 잊지 않는다.

사진= 최은희기자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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