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인터뷰: [로빈의 커피챗] 스타트업 '딜라이트룸' 박상욱-이준원①

도전과 혁신으로 가득한 스타트업. 그 역동성을 이끌어 가는 숨은 영웅, ‘다크나이트’들이 품은 이야기를 여러분의 사이드킥 ‘로빈’이 속속들이 소개합니다.

IOS 개발자로 딜라이트룸에 입사, 현재 개발 총괄(HoE; Head of Engineering)을 맡은 이준원
IOS 개발자로 딜라이트룸에 입사, 현재 개발 총괄(HoE; Head of Engineering)을 맡은 이준원

이준원은 사업을 하고 싶었다. 카이스트에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석사 과정을 밟을 때에도, 네이버에서 5년 가까이 일할 때에도 그는 항상 바깥을 바라봤다. 대학원을 다니며 소규모로 창업을 해봤고, 스타트업 창업 경진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해 수상을 경험한 적도 있다.

네이버에서는 3년간 전문연구요원 복무를 마치고 2년을 더 머물렀다. ISO 개발자로서 일했지만, 이준원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없는 독특함이 있었다. 그는 항상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탐구했다. 기회만 생기면 기획자나 상급자를 붙잡고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을 했는지, 예상되는 사업 성과가 무엇인지 꼬치꼬치 캐묻곤 했다.

하지만 개발자로서 비즈니스에 대한 궁금증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웠다. 어떤 기획이, 팀이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지는 수많은 질문으로도 알 수 없었다. 조직 체계가 복잡한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끌어 보는 경험도 해볼 수 없었다.

그러다 딜라이트룸 신재명 대표가 계기를 마련해줬다. 이들은 석사 시절 함께 연구원 생활을 한 바 있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신재명 대표에게 이준원은 잠깐 회사에 휴가를 내고 딜라이트룸 비즈니스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신재명 대표는 흔쾌히 그를 회사로 불러들였다.

이준원은 그동안 대학원에서도, 네이버에서도 해소하지 못했던 궁금증을 풀어줄 실마리를 딜라이트룸에서 2주만에 찾았다. 당시 직원수가 열명 채 안 되는 상황에서 하루에만 150만명이 접속하는 앱서비스를 꾸려 나가야 하는 딜라이트룸이었다.

그가 본 딜라이트룸은 소규모 조직이지만 의사 결정 과정에 충분한 전문성이 있었고, 사업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명확하게 할 줄 아는 기업이었다. 또한, 서비스와 관련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유, 어떤 수치적 목표를 끌어 올려야 하는지 함께 논의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몰입하는 문화로 모든 직원이 비즈니스를 주도하며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단 2주의 과정에서 이준원은 그는 5년간 다니던 네이버를 퇴사할 결심을 굳혔다. 2018년이었다.

현재 딜라이트룸 사무실 전경
현재 딜라이트룸 사무실 전경

이준원이 입사하고 2년 후 딜라이트룸은 높이 도약했다. 매출 약 60억, 영업이익 약 33억원으로, 전년 대비 50%가량 성장했다. 이준원이 2019년부터 키를 잡고 기획한 구독 서비스가 ‘대박’을 쳤다. 광고 매출은 약 44억에서 33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구독 매출이 30억 가까이 벌어들이며 성장을 견인했다. 광고 매출에 전적으로 의지하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큰 도전을 맞닥뜨렸다. 당시 직원수 열명을 갓 넘긴 상황에서 절반가량이 회사를 떠난 것이다. 한창 구독서비스를 준비하며 열정을 불태우던 이준원과는 상반된 선택을 한 이들이었다.

신재명 대표와 이준원은 초기 멤버들이 대거 이탈한 이유를 소통 문화에서 찾았다. 이들은 대부분 카이스트 연구실 생활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이인 데다, 개발자 특유의 논리적인 성향이 더해져 직설적이고 솔직한 토론 문화를 만들었다. 다들 커리어로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을 때려치우고 들어온 만큼, 사업을 이끌어 보겠다는 의욕과 자존심도 충만했다. 덕분에 딜라이트룸은 빠르고 효과적인 의사 결정과 실행력으로 업계에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소통 문화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사실 예전에는 지나치게 직설적인 화법으로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다들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보다는 효율적인 비즈니스 의사 결정을 추구했다고 생각해요. 많은 초기 멤버들이 직설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했던 부분이 있었고요. 다행히도 Jay(신재명 대표 사내 콜네임)는 이런 토론 문화에 대해 이전부터 개선 의지를 갖고 있었어요.”
2020년을 기점으로 딜라이트룸 소통 문화를 대표하는 키워드, ‘솔직함’에는 ‘상호 배려’가 따라붙었다. 신재명 대표와 이준원은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마셜 로젠버그 ‘비폭력대화법’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서에서 조언을 구하고 외부 소통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등 전사적으로 올바른 소통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회사를 위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가 자존심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로 뒤바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난 업무 결과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딜라이트룸 조직원들
지난 업무 결과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딜라이트룸 조직원들

이후 딜라이트룸은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여럿 마련했다. 딜라이트룸 회고 문화는 건전한 소통이 자리잡은 조직이 얼마나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매 분기 각 팀에서는 팀원들이 성과를 얼만큼 냈고, 팀 목표에 어느정도 기여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진행하는 ‘쁘미 리뷰’가 있다. 이 때 전직원이 회사에 대한 만족도와 향후 운영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다. 4개월에 한 번씩은 동료들이 서로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피어 리뷰(Peer Review)’와 팀원들이 팀장에게 이야기하는 ‘리더십 리뷰(Leadership Review)’가 있다. 심지어는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토론한다. 영어로 부검을 뜻하는 ‘포스트모템(Post-Mortem)’이다. 실패한 시도를 낱낱이 분석해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의도다. 이외에도 대표, 팀장, 인사팀장과 1:1 미팅을 진행하며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했다.

딜라이트룸 소통 문화 핵심은 평가를 지양하는 데 있다. 아무리 크게 실패한 프로젝트라도 담당자를 비난하거나 질책하지 않는다. 직원 평가도 마찬가지다. 모든 의견은 회사와 직원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전달한다. 덕분에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상처받지 않고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다.

딜라이트룸 조직 문화에 대한 설명을 담은 컬쳐덱(Culture Deck)
딜라이트룸 조직 문화에 대한 설명을 담은 컬쳐덱(Culture Deck)

서로 상처를 주고받던 이들이 시작한 딜라이트룸 소통 문화는 이제 직원 행복과 빠른 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로 업계에서 정평이다. 2022년에는 자사 기업 문화를 소개하는 ‘컬쳐덱(Culture Deck)’을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공개했다. 컬쳐덱은 1년만에 조회수 1만회을 기록하며 많은 기업가와 HR 전문가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2023년에는 잡플래닛에서 자사 플랫폼에서 구인 활동을 한 기업 154개 업체 중 딜라이트룸이 평점 5점 만점에 4.9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높은 평가를 내린 리뷰는 공통적으로 자율적인 업무 환경과 성장을 추구하는 조직 문화를 말했다.

물론, 솔직하고 투명한 소통과 성과와 성장을 극도로 추구하는 문화는 모두를 위한 혜택은 아니다. 인터뷰에서 이준원은 HoE(Head of Engineering)로서 딜라이트룸이 어떤 사람에게 최고의 직장이 될 수 있는지 설명했다. 2018년 입사한 그는 이제 기술 개발과 서비스 고도화 방향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다.

딜라이트룸 HoE(Head of Engineering) 이준원
딜라이트룸 HoE(Head of Engineering) 이준원

“딜라이트룸이 누구에게나 최고의 직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우리 회사는 자율적인 일문화와 직원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복지로 알려졌지만, 동시에 끝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도 유명해요. 정해진 일만 하는 사람은 딜라이트룸에서 적응하기 어렵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최종 목표, 즉, 사용자들이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서비스를 통해 기여하겠다는 의지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서비스가 추구해야 하는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딜라이트룸은 그 사람이 전문가로서 성장하고 자아 실현을 할 수 있도록 최고의 대우를 해줄 수 있어요.”.

글·사진= 객원에디터 김민호 mino.proz.p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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