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유태오는 ‘패스트 라이브즈’로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인생을 기대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자신에 대해 말한 유태오는 “희망은 있지만 기대는 안해요. 기대하면 상처만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기니까요”라고 말했다. 수상자 킬리언 머피와는 시상식 덕분에 좋은 인연을 맺기도 했다.

“제가 킬리언 머피의 연기를 보면서 공부를 했어요. 킬리언 머피가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가 정말 어마어마해요. (시상식) 끝나고 나서 디너 자리가 있었는데 킬리언 머피한테 용기내서 다가가서 ‘당신이여서 좋았다’고 했어요. 옛날부터 좋아했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 자리에서 저를 안아주더라고요. (그렇게) 끝날 줄 알았는데 크리스토퍼 놀란을 만났냐고 묻더라고요. 손을 잡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데려가서 대화도 나눌 수 있었어요”

이번 영화에서 유태오는 서양 문화권에서 동양 남자를 희화화시키는 시선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한국에서만 살아온 ‘해성’은 극중에서 콩글리시를 사용한다. 인간 유태오는 유창하게 독일어와 영어를 구사하지만, ‘영어를 못하는 연기’를 해야했던 셈. 자칫 우습게 보일수도 있는 장면을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지 유태오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할리우드에서 동양인 남자를 무인간화 시켜버리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아요. 동양 남자는 웃음거리의 요소에요. A24, CJ ENM 손을 잡은 영화에서 남자주인공을 할 수 있는데, (이 캐릭터가)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숙제를 준거예요. 예를 들자면 양조위를 미국에서 멋있게 보지 않거든요. 제가 (콩글리시를) 표현했을때 우스꽝스럽지 않고 진지하게 들려야 하는데, 외국 분들이 들었을때 그 장르 안에서 잔잔하게 연기하는 어투의 고민이 있었죠. 어떻게 보면 고독한 길이지만 잘 설득이 되게끔 하는 게 저의 숙제, 제 고민거리기였어요. 우리도 외국영화를 볼때 읽잖아요. 말은 못 알아 들어도 소리를 들었을때 시처럼 들리잖아요. 특히나 ‘중경삼림’ 같은 작품을 보면요. 그런 영화를 봤을때 시같은 표현이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하지. 그걸 한국어나 콩글리시를 각각 시장에 공통되는 감수성을 찾아서, 아쉽게 느낄 수는 있지만 공통적인 게 무엇인가를 찾아서 집중해 나간거죠”

‘패스트 라이브즈’로 할리우드에서 눈도장을 찍게 된 유태오는 “20년 동안 연기는 했지만 미국에서는 아직 신인이에요”이라는 그는 앞으로의 목표로 5년이라는 기간을 언급했다.

“어디에 후보가 돼도 기대하지 않고 이 커뮤니티의 한 가족이 되어야 한다고 봤어요. 5년은 그 커뮤니티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연기로 내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싶었어요. 미국에서도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게끔 보여줘야 한다, 그걸 대비하기 위해서 지금 열심히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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