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태오가 ‘패스트 라이브즈’를 통해 관객들을 찾아온다. 이번 영화에서 유태오는 한국 태생에 오히려 영어가 서툰 인물이다. 줄곧 교포 캐릭터를 연기해오던 유태오에게 ‘능숙한 한국어 연기’는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결의 도전이었다. 

스스로 “다국적인 문화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어휘력에 대한 걱정이 늘 있어요, 그게 늘 무서워요”라는 유태오는 “감독님이 시나리오상 평범한 한국 남자를 표현하는 배우를 찾는 단계에서 굳이 왜 저를 선택하셨을까 싶었어요. 연기를 할때 왜 선택을 했는지 굳이 묻지는 않아요. 연기를 주관적으로 해야하니까요”라고 털어놨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2021년 촬영된 영화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를 거쳐 드디어 3월 국내 관객들 앞에 공개를 앞두고 있는 것. 유태오는 “이미 해외에서 시나리오를 읽었을때 인연이라는 철학,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여운 두 가지 요소가 눈물 나게끔 다가왔어요. 시나리오 읽을 때 그 느낌만 제대로 전달되면 누구라도 영화를 잘 봐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설레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하고, 제 연기에 대한 평가를 받을 준비가 돼 있어요”라는 각오를 전했다.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과 영국에서 거주하기도 했던 유태오는 전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해성’을 어떻게 연기했을까. 그는 “캐릭터에 접근할때 저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고, 어떻게 공통점이 있는지 탐구를 해요. 그래서 (나와 캐릭터의) 간극을 줄이기 보다 같은 포인트에 더 집중하려고 해요”라고 운을 뗐다.

“제가 본 해성이를 설명하자면, 우리나라 문화 안에서 우리만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 변함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걸 이해하고 있는거 같았어요. 저의 다문화적인 배경 때문에 저 역시 그런게 많거든요. 소속감을 느끼고 싶기도 하고, 결핍이 많은데 그걸 없애려고 소통할때 정확한 단어를 선택하려고 해요. 의지로만 되지 않는 저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한이 있는데, 그게 멜랑콜리로 표현이 많이 돼요. 누구나 멜랑콜리라는 감정을 다 느낄 수는 있잖아요. 그걸 느끼고, 제 눈빛이나 어휘나 몸동작으로 스크린에 표현할 수 있는건 또 다른 문제였어요. 어떤 배우가 어떤 연기의 전문가가 될 수 있듯이, 저는 제 멜랑콜리 표현은 항상 자신있었어요. 누구보다 그걸 깊게 느낄 수 있고, 어떤 문화에서 봐도 그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이 뭔지 알아요. 제 삶에서 너무 큰 면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런면에서 해성이를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어요”

유태오는 이민자로 살아온 자신의 배경을 “환경을 바꾸지 못한다는 한(恨)”이 있다고 표현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 토박이가 들었을때는 다소 어색한 한국어 발음 등 배우로서 느끼는 한계점이 분명 있을 터. 만 유태오는 어설픈 ‘흉내’ 대신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 

“누굴 참고로 연기하는건 제가 포기했어요. 코치님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제 목소리를 찾아야 하는건데 연기가 성대모사도 아닌데 언제까지 누구를 보고 흉내내면서 어떻게 제 목소리를 찾아요’. 우리나라는 유교적인 배경도 있고, 군대도 사회생활도 서열 관계에서 눈치를 봐가면서 자기 표현을 하잖아요. 그렇게 펼쳐 놓으니까 누구라도 자기 목소리를 시원하게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렇다면 한석규 선배님이나 송강호, 최민식 선배님은 어떻게 그 문화적인 뒷배경을 뚫고 자기 소리를 찾았는가, 그 감정이 어떻게 화면에서 느껴졌는지 물었어요. 답을 못 주시더라고요. 제 해석은 우리나라 문화를 연기적인 기술로 단순화 시키려고 하면 ‘깡’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는거 같아요. 진솔하게 자기 표현을 눈치 안보고 하는 거잖아요. 그 안에서 많은 해석들을 들으면서 문화 코드에 있어서 제 깡을 가지고 이걸 표현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긴거에요”

그리고 자신의 이런 방식에 대한 자신감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어떤 교포 배우가 그러더라고요. 네가 한 문화에 들어가기 전에 여러 나라를 거쳐왔는데, 그 문화에 녹아들기 위해서 모든걸 잘 파악하려는 노력에서 더 그 로케이션보다 그 사람이 되어 있다고 했어요. 너는 더 한국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삶이잖아요. 문화와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모르고 쓰는 단어를 저는 의식을 하고 쓰니까요. 왜 이 단어를 쓰지 하게 되니까요”라고 설명했다.

②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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