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럭셔리 오트 쿠튀르 브랜드 메종 발렌티노가 2024년 가을겨울 ‘발렌티노 누아르’ 컬렉션을 공개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블랙 컬러 렌즈를 통해 발렌티노를 재고한다. 여기서 블랙은 색의 부재나 단색 혹은 모노톤의 표현이 아닌 하나의 색 안에서 무한한 뉘앙스를 펼치는 음영의 전체적인 스펙트럼의 발견을 의미한다.

색으로서 블랙은 언제나 그 자체로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되고 항상 변화한다. 보편성과 개성, 획일성, 특수성을 대표하는 블랙은 빛을 흡수한다는 점에서 다른 색들과는 물리적으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능한다. 

철학적으로도 마찬가지로 블랙은 지금껏 선보여 온 문화적 정의와 영향, 기억과 의미를 흡수한다. 이제 블랙은 냉철함이 아닌 활기 넘치는 색이자 낭만에 반항하는 음영, 흐릿함에 반하는 날카로운 그래피시즘으로 자리한다.

컬렉션에서 블랙은 더욱 증폭돼 로제트, 러플, 엠브로이더리 그리고 레이스를 물들이며 발렌티노의 기호와 기표를 재맥락화한다. 발렌티노의 성문화에 대한 재정의, 볼란츠와 플리세는 명암대비로 추상화되고, 테일러링의 언어는 드레스로 변모하며 연약함은 강인함을 선보인다. 

패턴, 엠브로이더리, 패브릭은 블랙에 각각 다른 삶을 부여하며 발렌티노에서 알토릴리에보(고부조)라고 명명한 기술은 튤 위로 선보여 신체를 가로질러 마치 그림자처럼 떨어진다. 형태는 강렬한 벨벳과 크레이프 소재를 통해 조각적인 퀄리티로 완성되고, 투명한 시폰은 피부를 가린다. 

발렌티노의 전형적인 실루엣, 의심할 여지없이 1980년대부터 이어져온 관능적 라인과 분명한 어깨 실루엣은 노스텔지아를 배제한 채 오늘날의 신체를 묘사할 수 있도록 분명하게 재고됐다.

낮과 밤이 흐릿하게 서로 뒤섞이며 정교한 실루엣과 장식은 새로운 현실과 신뢰성을 부여한다. 이를 ‘누아르 발렌티노’라 할 수 있다.

사진= 메종 발렌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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