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작업에 대한 오랜 갈증, 그리고 최민식과의 연기 호흡 등에서 오는 무게감을 쉽게 지우기는 어려웠다. 김재철은 “강박 때문에 (박지용을) 강한 인물처럼 준비를 했었어요”라고 털어놨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잘 살려내고 싶다는 배우의 마음에서 기인한 당연한 욕심이었다.
“감독님이 (나를 캐스팅한 걸) 후회 잠깐하셨어요. 리딩하고 나서(웃음). 대본리딩 하고 나서 감독님이 걱정을 하셨죠. 제가 엄청 잘하고 싶은 마음에, 초반에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강한 인물처럼 준비를 했었던 거 같아요. 감독님은 힘을 다 빼고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배우의 느낌과 얼굴 혹은 잔잔한 말 속에서의 힘을 감독님이 만들 자신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감독님을 만나면서 힘을 빼는 작업들을 하고, 칭찬도 많이 해주셨어요. 촬영 들어갈 때는 친한 형 작품에, 감독이 내 편인 느낌으로 했던거 같아요”
말 그대로 배우들의 배우, 최민식과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김재철은 "최민식 선배님이 보고 있기 때문에 더 잘 준비하고 싶은 것도 있었어요”라고 운을 뗐다.
김재철은 영화 전개와 거의 역순에 가깝게 촬영된 ‘파묘’ 전체 회차에서 초반에 최민식을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초반에 최민식 선배님이 저한테 존댓말을 하셨어요. 박지용 사장님이라고 부르셨어요”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런 최민식과 가까워진 계기 역시 호텔 신이 큰 역할을 했다.
“황국신민서사하고 피 토하고 그날 고생을 했죠. 날씨도 엄청 추웠거든요.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그 신 자체가 갖고 있는 농도 자체가 짙으니까요. 그날부터 선배님이 말을 편하게 하시더라고요. 그날부터 예뻐해주셨던거 같아요, 제 오해일수도 있지만(웃음). 많이 챙겨주시고 고생스러운 신을 열심히 한다고 느껴주신 건지…. 제 기억이 맞다면 그때부터 많이 장난도 치시고 그랬던 거 같아요. 그 전에는 장난을 치시고 하진 않았거든요. 그게 감사하죠. 그때부터 선배님이랑 많이 친해진거 같아요”
영화가 사랑을 받으며 일상에서 알아봐주는 시선을 없을까. 김재철은 “평상시에는 추리닝에 비니 쓰고 다니니까 전혀 못 알아보세요. 서운할 정도로 못 알아보시더라고요”라고 웃어봤다. 특히 흥행의 기운에 달뜨지 않고 연기의 기조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무명’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김재철은 ‘파묘’의 흥행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에는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하는거 같아요. 와이프도, 아버지도 오래 옆에서 보셨잖아요. 지칠 정도로 보셨을 텐데 내색을 안하셨고, 항상 잘될거니까. 열심히 해라, 이러는 분들이니까요. 오히려 지금 스코어가 잘 나오고 영화도보시니까 당연히 더 기쁘실텐데 제가 들뜨지 않게 잘 잡아주는 편이에요”라고 밝혔다.
“가족들은 제가 없는 곳에서 자랑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이 그런거 같아요. 더 조심하고 감사해야 한다, 그런 마음의 조언들을 많이 해주죠. 와이프도 어디가서 말 조심해라, 말 너무 많이하지 마라 해요. 너무 들뜨지 말라고요”
‘파묘’를 배우 생활 혹은 연기라는 ‘업’의 터닝포인트로 삼지도 않았다. “주목을 해주시면 너무 감사한데 그렇게까지 바라진 않아요. 좋은 영화에 좋은 일원으로 참여해서 너무 감사하죠. 조금 바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서 영화작업을 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정도에요. 큰 바람은 없습니다. 오래 무명을 겪다 보니까 괜한 바람이나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제 스스로 노력해요.되면 좋고 아니면 또 오디션 열심히 보고 하면 되는 거니까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