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국내 초연 이후 ‘거미여인의 키스’는 올해로 네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그간 정성화, 박은태, 김호영, 김주헌 등 수많은 배우들을 거쳐온 ‘몰리나’. 정일우는 어떻게 자신의 ‘몰리나’를 해석하고 있을까.
“저의 몰리나는 굉장히 유약하고, 강해 보이지만 한편으로 한없이 슬픔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이 친구는 영화 이야기를 할때 살아있고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입을 가만히 둘 수 없는 거 같아요(웃음). 유일하게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발렌틴이고요. 사랑이 싹트면서 이 사람을 위해 내 한 몸을 바칠 수 있겠다, 희생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갈 수 있게 캐릭터를 잡은 거 같아요. 그래서 안아주고 싶은 여자로 만든 거 같아요”
“2인극이기 때문에 서로 호흡이 잘 맞아야 하기 때문에 상대 배우가 어떻게 하는지 (영향을) 1막에서 많이 받으려고 하고 있어요”라는 정일우에게 ‘발렌틴’ 역을 맡은 배우들의 성향에 대해 물었다. 정일우는 “최석진 배우는 극 P에요. 공감능력 제로(웃음). 박정복 배우는 초반에 굉장히 날카롭다가 후반부에 가면서 굉장히 부드러워지거든요. 오빠같은 느낌이 있어요. 차선우 배우는 오히려 제가 안아주고 싶은, 동생같은 모습이 있어요”라고 저마다의 매력을 꼽았다.
큰 의미에서 ‘대중’에게 정일우는 TV드라마 속 연예인으로서 더욱 깊게 각인돼 있다. 하지만 ‘거미여인의 키스’는 ‘엘리펀트 송’ 이후 두번째 연극 도전. 정일우는 “(‘엘리펀트 송’ 때보다) 무대가 훨씬 편해진거 같아요”라며 “하지만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그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은 같아요”라고 전했다.
“스타는 한 순간인 거 같아요. 정말 배우가 돼야 평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감사하게도 데뷔작(‘하이킥’)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잖아요. 물론 그 작품이 있으니까 지금의 정일우가 있는 거지만, 그 안에 제 노력들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활동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건 배우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안주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오래 할 수 없다고 보거든요. 평가를 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고 운만 바라기는 한계가 있어요. 비슷한 작품은 계속 들어오겠지만 그러다 보면 퇴보하고, 뒤쳐질 수밖에 없잖아요”
이런 마음으로 접근했기에 연극 무대를 통해 대단히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보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정일우는 “몰리나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에 빠져서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이 작품을 통해서 뭘 보여주겠다보다는 몰리나를 잘 보여주면 그게 관객분들에게 새롭게 다가가겠다 싶었어요”라고 전했다.
“이 캐릭터를 처음 만났을때 낯설고, 두려움도 컸어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연출가님의 말이 큰 힘이 됐어요. 자신이 생각한 몰리나와 가장 비슷한 연기를 하는게 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부분에 큰 힘을 얻었고, 내가 준비하고 해석한 캐릭터가 틀리지 않구나 하는 안도감에 자신감있게 준비해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