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으로 대사에 임명돼 논란이 됐던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결국 29일 사임했다. 임명 25일만으로, 국가를 대표해 외국에 주재하는 공관장이 임명 한 달도 안돼 사임하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초유의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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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임지인 호주에는 채 열흘도 머물지 않고 짐을 싸는 셈이 됐다. 호주에 적잖은 외교적 결례를 범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사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음에도 지난 4일 호주대사로 전격 임명됐다.

특히 공수처가 지난해 12월 그를 출국금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 대사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8일 출국금지를 해제했고 그는 10일 호주로 떠났다.

그러나 야권을 중심으로 '도피성 출국'이란 비판이 이어졌고 총선에서 여권의 큰 악재로 부각되면서 아무 일 없듯 호주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다.

이 대사는 결국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명분으로 지난 21일 전격 귀국했다. 정부는 부인하지만 일부 공관장만 모아 방산회의를 여는 게 전례가 없다보니 이종섭 대사의 귀국을 위해 급조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외교가에서 나왔다. 4월 말에 모든 재외공관장이 참여하는 공관장 회의가 예정돼있다는 점에서 이런 지적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결국 귀국 일주일여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날 오전 예정된 한국무역보험공사 방문 일정에 불참했고, 외교부는 사의를 수용했다.

이 대사가 전격 사임하면서 결과적으로 곧 그만둘 생각인 대사를 위해 외교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산업통산산업부장관, 방위사업청장 등 고위당국자들이 개별 면담에 동원된 셈이 됐다. 공관장회의가 급조됐다는 의혹과는 별개로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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