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와 '좋아해줘'(18일 개봉)로 돌아온 배우 강하늘을 만났다. 밝으면서도 속이 깊은 그를 보고 있자니 상반된 두 영화 속 윤동주와 이수호가 오롯이 각인됐다. 욕심 없는 겸손한 배우 강하늘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 윤동주에 대한 부담감

영화를 촬영하면서 굉장히 큰 부담감에 시달렸다. 윤동주 시인을 평소에도좋아해서 ‘동주’ 시나리오를 받자 마자 덥석 출연하겠다고결정했다. 내가 무의식으로 그려왔던 이미지들과 달리 윤동주 시인도 질투나 열등감 같은 인간적인 면들을가지고 있었다는 게 충격적이더라. 그런데 출연을 결정한 다음날부터 겁이 났다. 내 연기가 윤동주라는 인물을 잘못 규정해버릴까 봐 무서웠다. 실수하면어쩌지라는 걱정에 촬영하는 동안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었다.

  

● 주어진 틀이 없을 때 더 빛을 발하는 배우

막중한 책임감에도 불구하고 강하늘은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아시다시피이준익 감독님은 배우한테 별다른 지시 사항을 내리지 않는 분이세요. 감독의 역할은 배우를 캐스팅한 순간끝났다고 말씀하시기도 했고.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꼈어요. 잘못하면온전히 내 책임이니까. 내가 더 준비해 오는 수 밖엔 없다고 생각했어요".

초반에는 사투리를 쓰던 동주가 후반부로 갈수록 표준말을 쓰는 것도 그가 내린 결정이었다. “대본 상으로는 동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표준어를 써요. 사투리는 제가 나름대로 해석해서 연기한 거였어요. 그런데 영화 도중 시를 낭송할 때도 동주가 사투리를 쓰고 있으면 이상할 것 같더라고요. 또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기도 했고.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표준말을 쓰는 연기를 했어요”.

 

● 흑백 영화

흑백 영화로 촬영된다는 점도 작품 선택의 이유 중 하나였다. 배우 인생에 흑백 영화를 남기고 싶었다. 평소에도 흑백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번 촬영을 통해 왜 그동안 좋아했는지 깨달았다. 흑백 영화의 매력은 영화를 보고 나면 머릿속에서 장면 장면에 색이 입혀진다는 점이다. 분명히 흰색, 검은색으로만 구성됐던 화면인데 나중에 떠올리면 그 장면의 색이 떠오르지 않나. 관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열어준다는 점이 흑백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 강하늘의 매력

큰 얼굴? (웃음) 사실 제가 봤을 때 저는 특출나게 잘 생기지도, 그렇다고 또 보기 싫을 정도로 못생긴 얼굴도 아니다. 편안하게 볼 수 있을 정도의 얼굴. 그게 내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 근래 들어 맡은 역할이 대부분 모범생이나 부자 역할이었는데 사람들이 저를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로 바라봐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동료

이번에 '좋아해줘'를 촬영하면서 솜이와 많이 친해졌다. 시크한 성격일 것 같았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털털하고 소탈한 성격이었다. 친한 여자 연예인이 없는데 배울 점이 많은 친구가 생긴 것 같다. 

'동주'에서 같이 연기를 한 (박)정민이 형은 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친한 사이었지만 같이 호흡을 맞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형을 보고 진짜 절실하고 치열하게 연기하는 사람이라는걸 느꼈다. 호흡은 정말 잘 맞았다. 대본이나 촬영신에 대해 한 마디를 나눈 적이 없었는데도 막상 촬영하면 잘 맞았다. 친하니까 서로 믿었던 것 같다.

 

● 욕심 없는 배우

작품을 하면서 "동료 배우의 연기에 어떤 자극을 받냐"는 질문을 항상 듣는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의 연기를 보며 "더 잘해야 겠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동료는 서로 경쟁하는게 아니라 작품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배울 때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상대방이 연기를 잘 하면 오히려 고맙다. 작품을 위해 그만큼 애써주는 거니까.

하고 싶은 역할도 정해두지 않는 성격이다. 내가 전에는 어떤 역할을 해왔으니까 이번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건 내가 아닌 것 같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계산은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 그냥 다음 작품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 강하늘은 연애 고자?

연애에 서투른 인물을 주로 연기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연애를 못 하는 사람은 아니다. 물론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지만 스스로는 연애를 어려워하진 않는다. '순수남' 이미지를 자주 맡았지만 평소에는 편하게 연애하는 스타일이다. 친구같은 애인? 같이 있을 때 편할 수 있는 상대가 좋다.


글 인턴 에디터 한국담 hgd0126@slist.kr

사진 이완기(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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