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꺄르르 웃는 소녀들의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가을에 유독 소녀들의 모습을 조명한 영화들이 다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감정 기복이 큰 그 시기에 걸맞게 풋풋함, 쓸쓸함, 광기에 휩싸인 모습까지 폭 넓게 다뤄낸다. 10-11월 가을 극장가에 찾아올 삼색 소녀 영화를 만나보자.

 

걷기왕 - 가능성을 지닌 하얀색

선천적 멀미증후군으로 세상의 모든 교통수단을 탈 수 없는 만복(심은경)은 오직 두 다리로만 왕복 4시간 거리의 학교까지 걸어 다니는 씩씩한 여고생이다. 무조건 빨리, 열심히를 강요당하는 현실이지만 뭐든 적당히 하며 살고픈 그의 삶에 어느 날 뜻밖의 ‘경보’가 울리기 시작한다. 만복의 놀라운 통학 시간에 감탄한 선생님의 추천으로 운동 ‘경보’를 시작하게 된 것. 세상 귀찮은 천하태평 만복은 경보를 통해 새로운 자신을 만날 수 있을까?

‘걷기왕’(감독 백승화)은 충무로 ‘흥행 소녀’로 자리매김한 심은경의 단독 주연작이다. 독보적인 풋풋함으로 영화를 찍는 족족 흥행에 청신호를 밝힌 그가 저예산 영화에서도 관객몰이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린다. 동시에 심은경이 내보일 꿈과 희망의 메시지가 남녀노소에게 폭넓은 울림을 선사할지도 관람 포인트다. 10월20일 개봉.

 

네온 데몬 - 섹시&위험 빨간색

모델을 꿈꾸며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도시 LA에 정착한 소녀 제시(엘르 패닝)는 꾸미지 않고도 넋을 빼앗는 묘한 아름다움으로 단숨에 탑 모델로 주목 받는다. 하지만 그를 질투하는 여자들은 점점 제시의 미모에 집착하고, 결국 제시는 그들이 준비한 위험한 파티에 초대받게 되는데...

지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인 ‘네온 데몬’(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은 미모를 위해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성의 ‘식인’ 테마를 정면으로 드러낸다. 그 동안 ‘말레피센트’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등에서 명랑한 소녀 이미지를 보여줬던 엘르 패닝이 화끈한 연기변신을 통해 섹시하면서도 위험한 팜므파탈 여성으로 변신한다. 러닝타임 1시간57분. 청소년 관람불가. 10월 개봉.

 

캡처링 대디 - 성장하는 소녀들의 푸른색

14년 전 집을 떠나 이제는 얼굴도 기억 나지 않는 아빠가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게 된 나츠키(야나기 에리사)와 코하루(마츠바라 나노카) 자매. 그들은 엄마가 내린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 찍어와”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이 엉뚱한 미션에 자매는 갸우뚱하지만 궁금증 반, 불쾌함 반으로 아빠를 만나러 간다. 특별한 하루, 그들은 마음 속에만 있던 아빠와의 만남과 이별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한데...

제 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노미네이트, 제 39회 시애틀국제영화제 아시안 크로스로드 노미네이트 등 유수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며 일본 가족 영화 특유의 감성을 어필했던 ‘캡처링 대디’가 10월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이 영화는 소녀들이 생전 처음 느끼는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야하는 성장의 과정을 공유하며 관객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던진다. 러닝타임 1시간14분. 12세 관람가. 10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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