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고양이, 미모의 냥집사 그리고 묘~한 옆집 남자의 기막힌 감성 판타지 ‘어떻게 헤어질까’(감독 조성규‧11월3일 개봉)가 언론 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모았던 작품으로 일찌감치 개봉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왔다.

 

인간의 영혼이 들어간 수상한 고양이 ‘얌마’와 고양이 안에 들어간 영혼을 보고 대화할 수 있는 능력자 나비(서준영), 그리고 얌마의 주인이자 나비의 이웃에 사는 매력적인 여인 이정(박규리)의 귀여움X감동 콤보가 관객을 촉촉이 적신다.

 

애묘인 저격 귀요미 영화

‘어떻게 헤어질까’는 애묘인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판타지를 정면에 내세운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에서 쉴 때, 내 곁에서 차분히 위로해주는 고양이를 바라보며 “이 녀석과 말을 하고 싶다”는 즐거운 상상. 심지어 옆집 꽃미남-꽃미녀와 사랑의 오작교 역할까지 톡톡히 해낸다.

고양이를 키우며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도 스크린 속에 고스란히 옮겨졌다. 설렘, 즐거움, 행복감은 물론이고 안타까움, 슬픔, 감동까지 작은 애묘가 선사하는 입체적인 감정을 섬세한 화면 연출로 표현, 관객들에게 현실감 100%의 감상을 전달한다.

 

씁쓸함을 동반하는 질문 ‘어떻게 헤어질까?’

‘어떻게 헤어질까’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엔 고양이를 매개로 청춘 남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후반부엔 연인으로 발전한 나비와 이정이 암에 걸린 고양이 얌마와 이별을 준비해 나가는 과정을 담는다. 이미 한 번 어머니와 이별을 경험한 이정이 또 다시 소중한 존재와 헤어짐을 준비하는 모습은 씁쓸함을 동반한다.

살면서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만남-이별에 대부분 사람들은 ‘왜?’에 집착하곤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만남-이별은 ‘운명’이고, 이 과정에서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할 부분은 ‘어떻게’라고 웅변한다. 그리고 나비와 이정, 얌마는 최대한 잘 헤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아쉬움에 대한 살풀이 과정

이별의 아쉬움은 과거 그와 나누었던 기억, 감정, 감각에 대한 집착에서 나온다. ‘어떻게 헤어질까’는 이 때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인정하고, 그리움이 건네는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해소한다. 해소한다는 건 떠난 이에 대한 완전한 망각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감각을 언제고 꺼내볼 수 있는 추억 속으로 옮겨내는 것이다. 

이정은 사랑하는 이의 영혼이 들어 있는 고양이와 추억의 장소를 배회하고, 함께 과거를 돌아보며 그리움을 직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정의 상처는 그리움에 뛰어들면서 치유된다. 그리고 그 곁에는 든든히 안아주는 나비까지 있다. 조성규 감독이 제안하는 힐링은 막연히 잊고 사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차분히 정리해 나가면서 허전한 마음 공간을 새로운 사랑으로 채워내는 따스함이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