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영의 싱글레터1123

주: 싱글레터는 우리 인생에 지뢰처럼 박혀있는, 느닷없고 사소하고 때로 무겁고 아픈 고민거리들을 안은영작가와 나누는 코너입니다. 정답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온 마음으로 들어줄 순 있어요. 사연에 맞춘 음악도 안은영 마음대로 선곡할 거예요. 사연은 eve@listupnews.com으로 보내주세요.

 

to. 대딩 3학년인 저는 여의도, 직장인인 남친은 분당에 살아요. 나름 원거리 연애라 걱정이 많았는데 남친이 성심껏 제게 맞춰줬어요. 지금 1년 반쯤 지났는데 남친이 자꾸만 중간지점에서 만나려고 하고, 헤어질 땐 택시 태워서 집에 보내요. 물리적으로 그가 힘들다는 건 충분히 알면서도 이럴거면 처음부터 길을 들이지 말지, 싶고 현실적으로 변해가는 그가 점점 서운해요.

 

from. 내가 한때 분당 인근에 살았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여의도에 갈 일이 있었어요. 그런 날엔 나도 모르게 가방에 간식을 챙깁니다. 왜냐, 겁나 멀어서 가다보면 배고파지니까. 당신과 남친의 지금 상황을 저울에 올려놓잖아요?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을 걸? 상대에게 더 많이 바라는 마음이 팽팽하걸랑. 연애 초기의 설렘을 강요하기엔 무리인 것 같으니 (그동안 남친이 맞춰온 것을 당신도 인정했으니) 당신이 남친에게 맞춰보세요. 모든 배팅은 때로 잃어줘야 얻을 수 있어요. 그가 사는 곳에서 데이트하다가 아쉽게 오기도 해봐요. 남친이 당신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올 때의 뜨끈하고 어여쁜 마음을 알게 될 테니.

 

지뢰퇴치 부적송: 자이언티 ‘양화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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