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 산업의 중추이자 극심한 성차별의 고장 할리우드가 다시 한번 성차별 이슈에 휘말렸다. 가장 몸값이 비싼 남자배우인 드웨인 존슨이 6,450만 달러(한화 약 720억원)의 출연료를 받은 것에 비해, 여성배우 1위 제니퍼 로렌스의 출연료가 4,600만 달러(약 512억원)에 그쳤다는 소식이 논란의 불을 지폈다.

 

드웨인 존슨, 제니퍼 로렌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8월 공개한 '배우 몸값 순위'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의 출연료를 합산한 것. 현지 언론은 드웨인 존슨과 제니퍼 로렌스를 사례로 들며, 영화계에 만연한 성차별로 남녀 배우 간의 수입 격차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평균 성별 임금 격차는 약 77%지만 로렌스와 존슨 간 수입 격차는 이보다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제니퍼 로렌스의 수입은 존슨이 번 돈의 72%에 불과했다.

또 연수입 2,000만달러(223억3,000만 원)를 돌파한 남자배우가 18명인 데 반해, 여배우는 고작 4명에 그쳤다. 40세를 넘은 배우들이 남자배우 수입 순위 상위권의 95%를 차지한 것과 대조적으로 여자 배우 순위에서 40세 이상은 절반에 그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여성들의 권익 증진과 성평등을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21세기지만, 할리우드에도 성차별 이슈는 여전히 거대하게 잔존한다.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 '할리우드 임금 성차별 지수'를 발표한 지나 데이비스를 비롯해 여러 스타들이 '할리우드 임금 성차별' 에 대해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 지나 데이비스가 공개한 할리우드 임금 성차별 지수(GD-IQ)

지나 데이비스, 영화 'The Fly'(1986) 예고편 캡쳐

배우 지나 데이비스가 설립한 '언론에 등장한 성(性)을 연구하는 지나 데이비스 재단'은 지난 9월 신기술을 활용해 미국 할리우드의 성차별 해소를 위한 새로운 지수를 공개했다. 구글, 그리고 남가주대학과 공동으로 만든 GD-IQ(지나 데이비스 포용 지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남녀 배우의 출연·대사 분량, 대화의 질 등을 그래프로 표현했다.

'지나 데이비스 포용 지수' GD-IQ

언론 매체가 사회의 성 평등을 제대로 담아내는지,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GD-IQ는 훨씬 빠르고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NBC 방송은 전했다.

그래프에 의하면 지난해 비애니메이션 영화·드라마 200개를 분석한 결과 남자 배우들의 출연 분량은 여자 배우들보다 두 배에 육박한다. 대사 분량도 남자 배우들이 여자 배우들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으며,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에서도 예외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힐러리 스웽크 "상대 男배우의 5% 출연료 제의 받았다"

힐러리 스웽크, 영화 'You're Not You'(2014) 스틸컷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두 차례나 여우주연상을 받은 명배우 힐러리 스왱크도 출연료 성차별의 상처를 면치 못했다. 지난 21일, 넷플릭스의 토크쇼 시리즈 '첼시'에 출연한 스웽크는 과거 남자 배우보다 턱없이 적은 출연료를 제의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스웽크는 "두 번째 오스카상을 받은 뒤 몇편의 작품을 거쳐 새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다. 이 영화에서 함께 주연을 맡은 남자 배우는 수상·흥행 등 어떠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출연료로 1000만달러(약 114억원)를 제의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그녀가 제의받은 출연료는 불과 50만 달러(약 5억7000만원)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는 그간 작품에서 어떠한 실적을 내지 못한 남자 배우 출연료의 고작 5%에 불과했다.

스왱크는 너무나 낮은 출연료 때문에 배역을 거절했다고 말하며, 이 영화의 제목과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또 자신에게 첫 수상의 영광을 안긴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출연료는 고작 3000달러였다는 사실도 이날 공개해 팬들을 경악시켰다.

 

▶ 제니퍼 로렌스 "男배우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나보다 많이 받아"

제니퍼 로렌스, 영화 'Serena' 2015 스틸컷

제니퍼 로렌스는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의 주역이자, 최연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은 배우다. 로렌스는 지난해 동료 남성 배우들보다 출연료를 적게 받는 업계 관행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슈로 끌어올렸다.  

작년 이메일 상담 사이트 '레니'에 글을 올린 로렌스는 "소니픽처스 전산시스템이 해킹돼 이메일이 유출됐을 때 내가 동료 남성 배우들보다 훨씬 적은 출연료를 받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성격이 까다롭거나 파탄난 사람처럼 보일까봐 내 의견을 좋게 표현하는 데만 지나치게 몰두했다"며 "동료 남성 배우들은 이 같은 걱정을 하지 않고도 인터넷에 올라온 높은 출연료를 받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영화 '아메리칸 허슬' 포스터

때는 지난 2014년 11월, 소니픽처스 전산시스템이 해킹돼 에이미 파스칼 소니 공동회장이 보냈던 이메일이 발각된 사건이 일어났다. 이때 로렌스와 또 다른 여배우 에이미 애덤스는 2013년 개봉한 영화 '아메리칸 허슬'에 출연해 상영 수익의 7%를 받은 반면, 브래들리 쿠퍼와 크리스천 베일, 제레미 레너 등 함께 출연한 남성 배우들은 9%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을 일으켰다.

로렌스는 "여성이 참정권을 가진 지 90년밖에 되지 않았다. 여성들은 여전히 권리를 말하는 데 있어 주저함이 많다. 나만 이 같은 갈등을 겪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 패트리샤 아퀘드 "지금이 남녀 동일 임금을 받아야 할 때"

패트리샤 아퀘트, 2015 오스카 시상식(공식 유튜브 채널)

작년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보이후드'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패트리샤 아퀘트는 수상 소감에서 임금 성차별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아퀘트는 "생명을 잉태하고 세금을 낸 이 땅의 모든 여성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같은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싸워왔다. 바로 지금이 남녀 동일 임금을 받아야 할 때"라고 소신껏 말했다. 

당시 명배우 메릴 스트립은 같은 부문 후보에 올라 수상의 영광을 안지 못했지만, 아퀘트의 수상소감에 가장 열렬히 호응하며 경쟁자의 수상 소감에 대한 지지를 보냈으며 옆자리에 있던 제니퍼 로페즈도 환호를 함께 했다. 한편 패트리샤 아퀘드의 이슈를 담은 수상소감은 이후 공정임금법 제정에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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