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방영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의 주인공은 1990년대 남성 댄스그룹 구피와 량현량하였다. 구피의 신나는 댄스곡은 어떻게 솔(soul) 가득한 힙합으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량현량하의 반복적인 리프가 ‘뽕끼’ 충만한 힙합으로 거듭난 배경은? 90년대 음악이 2016년에 기꺼이 응답할 수 있었던 이유 네 가지. 

 

 

구피를 오마주하다 

구피의 1996년 히트곡 ‘많이 많이’는 흥겨운 멜로디에 사랑을 구애하는 댄스곡이다. 템포가 적당해서 당시 춤을 추며 부르기 좋았다. 귀여운 미소년들의 사랑가를 유성은-트루디 콤비는 애잔한 솔로 바꿔놓는다. 댄스곡의 원형은 간데없고 힙합을 위한 힙합의 편곡이 돼버렸다. 기이한 건 흔적조차 사라진 줄 알았는데 다 듣고 귀에 남는 건 원곡의 후렴구라는 사실. 

 

 

 

열 세 살 량현량하의 이야기 

2000년 귀엽게 생긴 부산 꼬맹이들이 ‘학교를 안 갔어’를 부르며 마구 헤드스핀을 돌 때 시청자들은 ‘쟤네 학교부터 보내야하는 거 아니야?’ 우려했다. 16년 후 치타는 ‘슈가맨’에서 학교를 자퇴하고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낸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 박수를 받았다. 열세 살은 귀엽게, 기 센 언니는 독하게 각자의 이야기로 응답하고 힙합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블랙뮤직의 창궐  

지금의 카니예 웨스트가 있기 전 블랙뮤직의 조상이라 할 만한 뮤지션들이 팝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엔싱크, 테이크 댓 등 보이즈 그룹의 인기도 대단했다. 밖으로는 블랙뮤직과 보이그룹이 양대 제국을 세우고 있었고, 이 영향을 우리도 고스란히 받았다. 댄스와 힙합의 조화는 이때부터 어찌 보면 가장 쉬운 콜라보였다.

댄스힙합과 요즘 힙합의 차이  

당시의 주류는 댄스힙합이었다. 구피는 디즈니 캐릭터인 구피 인형을 의상 곳곳에 배치하고 무대를 방방 뛰었다. 량현량하는 흑인 듀오인 크리스 크로스를 패러디하면서 등장했다. 

요즘 힙합 특징인 2음절의 분절 트랩과 거칠고 파워풀한 리프는 당시의 화사하고 흥겨운 댄스힙합에 비하면 다소 무겁고 어둡다. 힙합은 음악 이전에 삶을 살아가는 태도라는 점에서, 20년의 타임머신을 타고 조우한 힙합은 이렇게 닮은 듯 달랐다. 우리의 시대가 이렇게 흐르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에디터 안은영 eve@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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