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가수, 양극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민호(25)가 영화 '두 남자'(감독 이성태)로 범죄·액션 장르에 도전한다. 

영화는 인생 밑바닥에 있는 두 남자가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그려 시선을 붙든다. 극중 절도를 일삼는 가출팸 리더 '진일' 역을 연기한 최민호는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배우의 내실을 더욱 단단히 다졌다. 영화 개봉 다음날인 1일, 또 한번 배우로 도약한 최민호와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2016년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하는 '두 남자'

올해 1월에 크랭크인에 들어간 작품이 기다림 끝에 연말에 개봉하고, 이제 무대행사를 돌고 있으려니 기분이 남다르다. 오랜 기간 개봉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던 만큼 영화와 연기에 쏟아지고 있는 호평들이 감개무량하다. 

"특히 올해는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간 것 같아요. 영화가 막상 개봉하니까 허무한 기분도 들고, 그동안 설레던 그 감정을 더 유지하고 싶기도 한데… 사실 너무 좋네요. 영화를 좋게 봐주셔서 얼떨떨해요. 저로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더 보이거든요. 서울 외곽 쪽 지인분들 말씀에 따르면 노인문들도 꽤 많이 보셨다고 하던데 그 이야기를 듣고 좀 놀랐어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이 영화를 수용하는 연령층이 더 다양한 것 같아요."

 

최민호와 정확히 반대 지점에 위치한 '진일'

처음엔 밑바닥의 삶을 살고있는 가출 청소년 '진일' 역을 두고 무수한 고민과 걱정이 잇따랐다. 평소 한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앞서 자신과의 교집합을 찾고 그 공통점을 극대화하는 연기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비교적 평탄하게 살아온 자신과 진일 사이에서 닮은 점이라곤 티끌만큼도 찾을 수가 없었기에, 진일의 모든 행동과 대사들이 전혀 공감 가지 않았다.

"저는 따뜻한 가정에서 자랐고, 땡땡이 한번 친 적 없이 학교를 다니다 데뷔하고 난 뒤에는 팬분들의 사랑까지 받으며 평탄하게 살아왔잖아요. 반면 진일이는 행복이랄 게 없는 아이구요. 그래서 저는 제 행복한 기억들을 하나씩 차례차례 지웠나갔어요. 그렇게 진일이에게 가까워지다보니,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모든 행동과 감정을 공감할 수 있었죠. 촬영 중간쯤에는 진일이가 너무 불쌍하면서도 두렵게 느껴더라구요. 혼자 맨날 구석에 있으려고 하는 게 꼭 방 안에 갇혀있는 느낌이 들어서…"

배우가 연기를 하려면 타협해야할 부분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최민호에겐 '담배'가 그랬다. 아무리 연기를 위해서라도 담배만큼은 절대 피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건만, 결국 솟아오르는 연기 욕심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담배 개피를 입에 물고 지내다보니, 그동안 공감치 못했던 흡연의 중독성도 알게 됐다.

"가출청소년이 담배를 피우고, 안 피우고의 이미지 차이가 너무 크잖아요. 결국 피우기로 하고, 흡연자가 볼 때 '저거 가짜네' 하지 않도록 익숙해지게끔 매일 피워댔어요. 처음엔 헛구역질도 하고 밥맛도 떨어졌지만, 어느새 저도 모르는 사이 아침에 일어나면 한 개비씩 물고있을만큼 몸이 반응하더라고요. 절대 못 끊겠구나 싶었는데 나약해지지 말자고 최면도 걸고 허벅지까지 꼬집어가면서 결국 끊었어요. 스스로한테 한 약속도 못 지키는 사람이 되긴 싫었거든요."

 

열정 가득 이성호 감독 & 따뜻한 선배 마동석

'두 남자'를 통해 만나게 된 이성호 감독은 제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경력.의 보유자다. 감독에게는 지난 2007년 단편 '십분간 휴식' 이후로 10년 가까이 휴식을 취한 뒤 처음으로 도전하는 장편 영화다. 그래서인지 열정 가득하면서도 쿨한 이성호 감독의 기운을 고스란히 전달 받을 수 있었다.

"초반에 담배 피우는 신들은 빼면 안되겠냐고 감독님께 여쭤봤는데, 너무 쿨하게 빼도 상관없다 하시더라고요.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감독님도 '두 남자'가 첫 장편 연출작이라 그런지 열정이 저보다도 대단해 보였어요. 나중에 그냥 피우겠다고 정정하니까, 감독님이 입꼬리가 막 올라가더니 '아니 그걸 왜 피워! 못 끊음 어쩌려고 그래!' 이러시더라고요."

스크린을 살벌함과 긴장감으로 가득 채운 상대역 마동석. 사실 현장에서만큼은 '마블리' 그 자체였다. 둘 다 운동을 좋아해 사석에서도 잘 알고 지냈지만, 영화를 통해 합을 맞추고부터는 영화계에서 그렇게나 자자하던 마동석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형님을 처음 본 건 '비스티보이즈'라는 영화에서였어요. 와, 저 사람은 깡패 아니야?싶었죠. 나중에 그 캐릭터가 마동석 선배님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실제로는 정말 상냥하고 배려심 넘치는 분이세요. 대본 리딩 할 때도 후배들을 배려하기 위한 의견을 내시더라고요. 촬영 현장에서도 애초부터 그냥 편하게 대해주시고, 스탭들 전부 저희에게 포커스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신 덕에 좋은 장면들이 많이 연출된 것 같아요."

 

스스로를 고찰하며 발전하다

처음부터 연기에 두각을 보인 건 물론 아니다. 2010년 단막극으로 연기 데뷔를 한 뒤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연기력 논란을 면치 못했다. 오랜 진통을 겪고, 이번 영화를 통해 확실히 발전한 모습을 선보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연기력을 객관적으로 파고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법을 도출하는 등, 남몰래 각고의 노력을 들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지금보다 더 많이 부족하고 모르는 상태에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표현 방법이 서투를 수밖에 없었죠. 스스로 한계를 느꼈을 때에는 어떻게 하면 연기력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기 위해선 진정한 내 모습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구요" 

열여덟 고등학생 시절, 연습도 제대로 못 한 상태에서 무심코 데뷔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데뷔초가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슬럼프였다. 자신감이 하루가 다르게 하락해 인터뷰에서 말 두 마디 하는 것 조차도 어려울 때다. 

"슬럼프를 겪고 나서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닌, 완벽하고 성숙한 연예인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그건 내 본모습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됐죠. 샤이니 활동에 비해 연기는 내가 생각한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을 때, 이제 더 이상 억지로 만든 이미지에 나를 껴맞추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오히려 내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하니까 방송하는 것도 편해졌고 연기할 때에도 카메라 앞에서 좀 더 많은 표현이 가능해진 것 같아요"

 

열정과 체력으로 끌고 온 오늘

샤이니로 활동할 적부터 온갖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열정'과 관련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운동이나 승부를 가르는 분야에 있어선 지기 싫어하는 본성이 어김없이 드러나기 일쑤였다. 아무래도 두살 터울의 형과 함께 자란 덕에 불타는 승부욕을 갖게 된 것 같다.

"어쩌다보니 자라면서 형이랑 비교 당하는 일이 너무 많았어요. 공부는 물론 힘이랑 운동에서까지도 형한테 지게 되니까 너무 열받더라고요. 데뷔를 하고나서도, 제가 멤버들보다 부족한 게 느껴지니까 열심히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무작정 열심히 했는데, 그 승부욕이 또 제 무기였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어리고 풋풋하니까 제가 좀 부족해도 귀엽게 봐주신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지금은 실수하면 큰일나죠(웃음)."

올 한 해는 정말 바삐 흘러갔다. 올 가을 정규앨범으로 컴백한 것은 물론 최근 리패키지 앨범을 발매했다. 여기에 이제 곧 드라마 '화랑'까지 첫 방영을 앞둔 상태. '열일'이란게 참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몸이 두개라도 모자란다는 말이 실감난다.

"사실 몸이 딱 세개였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래도 이거 하나만큼은 좀 자신할 수 있는 게, 바로 남들보다 체력이 좋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이제껏 두가지 일을 병행해도 큰 무리가 없었던 것 같아요. 스케줄이 겹치다보면 집중을 잘 못해서 아쉽기는 한데 체력적으로 엄청 힘들진 않았어요. 전 잠 못 자도 되니까 작품 하고 싶다고 했거든요. 근데 그렇게 말했더니 진짜 안 재우더라구요(웃음)."

 

연기돌 선입견? 오히려 목표 심어준다

개인적으로 '연기돌'이라는 용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예쁜 외모 덕에 캐스팅 제약이 생기기도 했지만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이번 '두 남자'에서처럼 제 반전의 모습을 보고 관객들이 놀라워한다면 그게 곧 원동력이 되고 성취감을 줄 테죠. '연기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게 좋은 건 아니지만, 저는 이 또한 순전히 플레이어의 문제인 것 같아요. 얼마나 진정성 있게 연기 하느냐에 따라 결국 그 날카로운 시선들이 좋은 시선으로 바뀔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저로서는 사람들이 무관심으로 일관하기 보다는 절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사진 제공 = 엠씨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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