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3월 10일 개봉)는 두 아이를 기르며 출구 없는 삶을 살아가는 싱글맘이 미국 홈쇼핑 역사상 최대 히트상품을 개발하면서 대기업의 사업가로 성장하게 되는 성공스토리다. 제니퍼 로렌스와 로버트 드 니로가 부녀 지간으로 호흡을 맞췄고 브래들리 쿠퍼가 가세해 탄탄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영화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으면 주변의 도움으로 성공할 수 있다 풍의 안이한 시선에서 탈피, 싱글맘 조이의 불안과 나락, 성공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나라였다면 다른 장면으로 연결됐을 할리우드 싱글맘의 낯설고 놀라운 성공요인을 극중 대사를 통해 짚었다. 

 

 

“엄마는 청소부가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친구들에게 놀림 받을 일은 아니야”

밀대 청소기를 개발하지만 유통판로를 뚫지 못해 대형 마트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조이. 어린 딸은 ‘엄마가 청소부고 낡은 걸레를 닦고 또 닦는다며 친구들이 놀린다’고 속상해한다. 우리나라 최루성 영화였다면 “엄마가 미안해” 라고 딸이 속상해하는 감정을 달래기에 급급했겠지만 조이는 곧바로 사고의 오류를 바로잡아준다. 엄마는 청소부가 아니고 더군다나 놀림 받을 일이 아니며, 새 걸레를 여러 번 닦아 낡은 것이라고. 

 

“경쟁자이지만 여전히 친구죠”

홈쇼핑 채널 QVC의 경영이사인 닐 워커(브래들리 쿠퍼)는 홀홀단신 밀대 걸레를 들고 찾아온 조이에게 기회를 준다. 둘의 에피소드는 젊은 싱글맘의 용기와 도전, 패기만만한 사업가의 든든한 조력이 어우러지면서 감동을 자아낸다.  

십 수 년이 지나 두 사람은 다른 모습으로 재회한다. 경쟁자이지만 여전히 친구인 채로. 비즈니스라는 이름 아래 무수한 약속과 신뢰가 종잇장처럼 찢겨나가는 국내 주말드라마에선 볼 수 없는 장면 중 하나.

 

 

 

“누구도 날 대신해서 내 사업에 대해 얘기 하지 마”

삶에 치여 허덕대는 싱글맘에서 출발해 대기업을 일군 CEO다운 면모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 중 가장 어렵고도 신선한 장면은 자신의 성공에 발을 담그려는 가족들의 은근한 간섭에 대해 조이가 쐐기를 박던 모습. 이복자매가 상의없이 하청업체에 가 그릇된 판단을 하고 돌아오자,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My Business”라고 힘주어 말한다. 영화에선 “여자가 사업하는 덴 한계가 있어”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같은 말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여보, 안젤라 기억하지? 안젤라, 이쪽은 전부인 조이야”

조이이 전남편 토니는 결혼생활에선 최악의 커플이었지만 이혼 후 최고의 파트너로 지낸다. 특히 조이의 사업에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닐 워커를 만나도록 선을 대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마다 (가족도 아니면서) 참석해 고민과 의견을 나눈다. 미움과 염증 한 번 드러내지 않고 전 부인의 삶이 자신과 함께 할 때보다 나아지도록 돕는 일, 현실에선 너무 요원해서 지극히 영화적이었던 장면. 

에디터 안은영 eve@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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